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값진 동메달을 획득한 임애지(25·화순군청)가 한국 여자 복싱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임애지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54㎏급 준결승에서 튀르키예의 하티세 아크바시에게 2-3으로 아쉽게 패배했다.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선 임애지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후련함이 교차했다. 김호상 복싱 대표팀 감독조차 “1라운드는 우리가 이겼다고 봤는데 판정이 좀 아쉽다”고 말할 정도로 임애지의 경기는 치열했다.
‘왼손잡이 아웃복서’인 임애지는 신장 172㎝로 자신보다 7㎝ 더 큰 아크바시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경기 후 임애지는 “전략은 상대 선수가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안 들어오더라”며 “내가 상대를 분석한 만큼, 상대도 나를 분석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판정에 대해서는 “판정은 어쩔 수 없다. 내가 깔끔하게 하지 못한 것”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100점 만점에 60점짜리 경기다. 내가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결과가 아쉽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애지는 아크바시와 과거 스파링 경험이 있다. 당시를 회상하며 임애지는 “그 선수와 스파링할 때마다 울었다. 맞아서 멍도 들고, 상처도 났다. 그래서 코치 선생님께 ‘쟤랑 하기 싫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앞두고는 “내가 경기에서 이긴다”고 자신했으며, 비록 패배했지만 다시 붙어보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애지는 2012 런던 올림픽 한순철(남자 60㎏급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한국 복싱에 메달을 안겼다. 여자 복싱 올림픽 메달은 이번이 최초다.
임애지를 기쁘게 한 것은 값진 메달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가득 채운 노스 파리 아레나의 분위기였다. 수많은 팬들의 환호와 응원 속에서 임애지는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 정말 재미있더라. 여기서 두 번이나 이겨서 짜릿했다”며 “한국은 그런 환경이 없다. 실전에서 더 힘을 내는 스타일인데, 한국 가면 혼자 있더라도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해야겠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은 임애지에게 “제 가능성을 본 무대”였다. 임애지는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대해 “훈련하다 보면 4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 않을까 싶다”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외에도 많은 대회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임애지의 또 다른 바람은 전국체전에 새로운 체급이 신설되는 것이다. 현재 전국체전에서 여자 복싱은 51㎏급, 60㎏급, 75㎏급 세 체급만 존재한다. 임애지는 체중을 늘려 60㎏급으로 출전해야 했고, 매번 오연지(33·울산광역시체육회)에게 밀리곤 했다. 임애지는 “중간 체급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는데 아직도 안 생겼다. 체급이 안 맞을 때는 내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같아서 정말 힘들다”며 “어서 내 체급이 생겨서 그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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