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의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역전의 명수’로 떠올랐다.
안세영은 4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세계 8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을 2-1(11-21, 21-13, 21-16)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전날 준결승전에서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안세영은 이날도 1게임을 내주고 2, 3게임을 연달아 이기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승리로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선수로서 28년 만에 올림픽 결승 무대에 올랐다. 경기가 끝난 후 안세영은 “첫판을 지면 엄청 부담스럽지만, 정신이 더 번쩍 든다”며 “오히려 저를 계속 몰아붙이는 힘”이라고 밝혔다.
안세영은 “긴장돼서 못 하겠어요”라고 앓는 소리를 했지만, 언제든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예전에 제가 너무 욕심이 많고 성급했다. 그런 경험들이 있다 보니까 열세에서도 편해지는 게 있는 것 같다”며 “‘나는 할 수 있다’, ‘한 점씩 하다 보면 언젠가 따라잡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1게임 패배 요인에 대해선 “긴장을 많이 했다. 2게임부터 움직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답했다. 3게임에서 15-6으로 앞서다 16-13으로 추격받았던 상황에 대해선 “대비하고 있었다. 과거에 잡혀봤던 상황에 느꼈던 분노를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했다”고 회상했다.
라이벌 천위페이(중국·세계 2위)가 전날 준결승전에서 탈락한 것에 대해선 담담하면서도 재치 있게 반응했다. 안세영은 “천위페이가 떨어졌다고 해서 저에게 금메달을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제 것을 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며 “다른 선수들도 잘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모두가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천위페이는 2020 도쿄 대회 8강에서 안세영을 꺾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는 안세영에게 패한 선수다. 안세영은 “붙어보고는 싶었다. 그림으로는 멋있었는데”라고 웃으며 말한 뒤 “그래도 제가 우승을 해야 하니까 누가 올라오든 제 걸 다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리머니 상상은 진짜 많이 한다”는 안세영은 “많은 분이 계셨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마지막 관문에서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 낭만 있게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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