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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사격과 유도는 하향세가 뚜렷했다. 사격은 은메달 1개(김민정) 획득에 머물렀고 유도도 은 1개(조구함)와 동 2개(안바울·안창림)를 따내는 데 그쳤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 전망은 더욱 어두웠다. 사격 진종오와 유도 조구함 등 종목 간판 선수들이 은퇴를 선언해 어린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보란 듯 빛나는 성적으로 우려를 씻어냈다. 사격은 여자 10m 공기권총의 오예진(19·IBK기업은행), 여자 10m 공기소총의 반효진(16·대구체고), 여자 50m 권총의 양지인(21·한국체대)이 금메달 3개를 책임지며 총 5개의 메달(금3·은2)을 수확했다. 유도도 금메달은 없었지만 여자 57㎏급 허미미(21·경북체육회)와 남자 100㎏ 이상급 김민종(23·양평군청)의 은메달 등 총 5개의 메달(은2·동3)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성적뿐 아니라 두 종목의 선수들은 무서운 집중력과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감동까지 선사하고 있다. 안타깝게 패자부활전으로 떨어져도 기어코 동메달을 따내는 모습, 동점으로 슛오프까지 몰렸지만 흔들리지 않고 승부를 이겨내는 모습에 많은 국민이 울고 웃었다.
◇적절한 세대교체가 만든 ‘파리의 환희’=사격과 유도가 파리에서 다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 데는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있었다. ‘사격 황제’ 진종오가 떠난 뒤 이렇다 할 기대주가 없던 사격 종목은 이번 대회를 통해 완벽하게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은 모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선수들이다. 특히 고교생 사수로 한국 선수단 중 가장 어린 만 16세의 반효진은 우리나라 역대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젊은 선수들이 대거 국가대표에 발탁될 수 있었던 것은 올해 3월부터 바뀐 대표 선발전 제도 덕분이다. 대한사격연맹은 그동안 선수들이 예선을 잘 치르고도 결선에서 힘이 빠진 것을 보완하기 위해 결선 제도를 선발전에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오예진·반효진처럼 경력은 짧지만 강심장인 실전형 선수가 파격적으로 발탁될 수 있었다.
유도 대표팀 역시 김원진(32·양평군청)과 안바울(30·남양주시청)이 건재하지만 주축을 이루는 건 20대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 메달을 목에 건 이들은 모두 2000년대에 출생한 선수들이다. 파리에 이어 치러질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의 성적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개인전 메달을 따낸 선수들도 한목소리로 “이제 올림픽에서 어떻게 해야 메달을 딸 수 있는지를 더 잘 알게 됐다. LA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꼭 따겠다”며 포부를 전했다.
◇한화·신한금융이 뿌린 씨앗, ‘역대급 성적’ 꽃피워=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사격이 큰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한화그룹의 20년 넘는 지원이 있었다. 한화는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아 한국 사격을 위해 20여 년 동안 2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한화가 사격계의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이유다. 2008년부터는 국내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매년 열었다. 이번 대회 여자 10m 공기권총 종목에서 금·은메달을 차지한 오예진, 김예지(31·임실군청)가 모두 이 대회에서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2023년 11월 회장사에서는 물러났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화가 만들어 놓은 토대 위에 성장한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에서 많은 메달을 따내며 만개했다. 신명주 사격연맹 회장은 한화가 지금까지 한국 사격을 위해 토대를 마련해놓은 가운데 ‘회장사 공백’에 위기의식을 느낀 사격인이 하나가 돼 지금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번 대회 사격에서 이룬 쾌거의 중심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님이 있다. 20년 넘게 기초를 닦아놓으신 덕분이다. 저는 그 길에 숟가락만 얹어놓은 것”이라고 했다.
사격에 한화가 있었다면 유도 뒤에는 신한금융그룹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7월 대한유도회와 유도 국가대표팀 후원 협약을 맺었다. 대표팀 후원과 별도로 허미미와는 개인 후원 계약도 체결해 적극 지원에 나섰다. 한국 유도와 함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신한금융의 지원은 파격적이다. 신한금융은 국가대표팀에 메달 색깔을 따지지 않고 포상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메달 획득 시 개인전은 선수당 1000만 원, 단체 종목은 팀당 5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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