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박해민은 자타공인 KBO리그 ‘대도(大盜)’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에 올랐고, 올 시즌도 33도루를 기록하고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그런 박해민이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2루 도루에 실패했다. 그것도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말이다.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는 2위와 3위의 맞대결로 평일임에도 많은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삼성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삼성은 LG에 강한 백정현의 호투를 앞세워 7-0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백정현은 6.2이닝 7안타 2볼넷 2삼진 무실점 투구로 올 시즌 최다 이닝, 최고 피칭을 선보였다. 반면 LG는 10안타를 치고도 무득점에 그치며 스스로 자멸했다.
특히 박해민의 두 번의 도루 실패가 아쉬웠다.
시작은 2회였다. 0대2로 뒤진 2회말 2사 후 박해민은 백정현과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1루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김범석 타석 때 초구부터 2루로 뛰었다. 박해민의 손이 더 빨라 보였지만 2루심은 아웃을 선언했고 박해민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베이스에 주저앉아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삼성 2루수 류지혁에게 들어가지 말라는 제스처까지 하며 자신 있는 표정이었지만 결과는 아웃이었다. 최종 결과를 확인한 강민호 포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이후 5회말 박해민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1사 후 좌중간 안타로 1루를 밟은 박해민은 2사 후 홍창기 타석 때 2루로 달렸다. 하지만 강민호의 송구가 워낙 좋았다. 강민호의 2루 송구는 빨랫줄처럼 2루수 이재현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고 자연 태그로 박해민을 잡았다. 강민호의 완벽한 송구에 박해민은 그저 허탈한 미소만 지을 뿐 더 이상 반박할 이유가 없었다. 박해민은 그라운드에 누워 아쉬워했고 강민호는 기뻐했다.
이날 강민호는 ‘400도루 클럽’ 가입자 박해민을 두 번 저격하며 LG 발야구를 꽁꽁 묶었다. 강민호의 도루 저지는 삼성 승리의 발판이 됐다.
한편, 이날 5이닝을 채운 백정현은 개인 통산 1100이닝을 달성했다. KBO리그 역대 71번째 기록이다.
[두 번 연속 강민호에게 저격당한 박해민이 허탈한 미소를 짓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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