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조진미, 김미래(사진: 연합뉴스) |
북한 다이빙의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 김미래(23)와 조진미(19)는 공동취재구역에서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을 철저하게 외면한 채, 외신 기자와만 대화했다.
하지만,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도 비교적 성실하게 답했다.
김미래-조진미 조는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다이빙 여자 싱크로 10m 플랫폼 결승에서 1∼5차 시기 합계 315.90점을 얻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359.10점을 얻은 중국의 천위시-취안훙찬은 넘지 못했지만, 북한 다이빙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특히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여자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김국향과 짝을 이뤄, 4위를 했던 김미래는 8년 만에 꿈에 그리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자회견장에서 김미래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을 때는 정말 섭섭했다. 노력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는데, 그때 마지막 동작이 안 되어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라고 떠올린 뒤 “조국에서도 우리는 오전 오후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남보다 땀 흘리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김미래는 “오늘 금메달은 아니지만, 은메달을 따서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공식 기자회견 외신 기자의 질문에 김미래는 “(북한 다이빙의) 올림픽 메달이 역사상 처음이다. 우리에게는 대단하게 기쁜 일”이라고 감격을 표하면서도 “1등을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 앞으로 더 분발하겠다”고 밝혔다.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선 조진미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2등 해서 은메달을 땄지만, 몹시 기쁘다. 방심하지 않고 더 분발해서 금메달을 따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동취재구역에서의 모습은 달랐다.
통역을 담당하는 관계자와 또 다른 관계자가 김미래와 조진미와 동행했고,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외신의 인터뷰 요청에는 응했다.
하지만, 김미래, 조진미 보다 통역을 맡은 관계자가 대부분의 대답을 대신했다.
외신 기자가 은메달 수상 소감을 묻자, 김미래와 조진미는 수줍게 웃었다.
북한 관계자는 “편하게 말하라”고 했지만, 둘은 웃기만 했다.
‘언제부터 함께 싱크로 연기를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관계자가 대신 “2024년 2월 도하 세계선수권부터 함께 뛰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미래와 조진미는 2019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 다이빙 월드시리즈에서 금메달을 합작했고, 올해 2월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외신 기자가 ‘중국과 대결한 소감’을 묻자, 그제야 김미래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미래는 “우린 중국과 겨루지 않았다. 자신과 싸워 이기려고 했는데 동작이 잘 안됐다”며 “아직 미약하지만, 조금 더 숙련하겠다. 평양의 청춘거리 수영 훈련장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외신 기자는 “북한이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파리 올림픽에 나선 소감은 어떤가”라는 다소 예민한 질문을 하자, 아예 관계자가 “도쿄 올림픽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나오지 못한 것이니, 아쉬울 건 없지”라고 선수들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북한 관계자는 영어로 외신 기자에게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은 건, 아쉽지 않다. 지금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기분 좋다”고 답했다.
공동취재구역 인터뷰 중에 웃음이 터진 순간도 있었다.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외신 기자가 “김치를 먹지 못해 힘들지 않나”라고 묻자 김미래는 “평양에서는 매일 김치를 먹는데, 지금은 먹을 수 없다. 그래도 괜찮다”며 웃었다.
이 틈을 타 한국 취재진이 질문을 던졌지만, 북한 선수들과 관계자는 등을 돌렸다.
이후 공식기자회견에서 한국 취재진과 북한 선수단은 ‘공식적인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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