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장재영도 그 중 한 명이었으니까…”
키움 히어로즈는 그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아리엘 후라도라는 원투펀치를 보유했다. 그럼에도 이 팀이 최하위인 건 토종 3~5선발이 약하기 때문이다. 올해 키움이 기용한 선발투수는 무려 11명. 헤이수스와 후라도를 제외하고 9명의 토종 투수를 최소 한 번 이상 썼다.
시즌 내내 확실한 3~5선발이 없다. 재능 있는 선수들은 있지만 막상 실전을 치러보니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케이스, 기량이 다소 부족하니 실전을 통해 자신감을 더 잃는 케이스 등등. 리그 전체적으로 토종 선발 만들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키움은 더더욱 힘겹다.
올 시즌만의 일은 아니다. 작년에도 홍원기 감독은 토종 4~5선발 찾기에 열을 올렸다. 14명의 투수를 최소 한 번 이상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그래도 작년엔 토종에이스 안우진이 있었다. 올해는 사실상 선발투수 2명으로 장기레이스를 치른다. 이러다 보니 불펜의 과부하가 심해지고, 엔트리 변경도 잦다. 안정감은 떨어진다.
그래도 올해 선발투수로 나선 11명 중에서 1명을 건졌다. 홍원기 감독은 “버티는 수준”이라고 했다. 냉정한 표현이지만 맞는 얘기다. 자기 자식 흉을 보기 싫어 가타부타 하지 않을 뿐, 3선발 중에선 가장 약한 카드다. 그래도 이 선수가 없으면 안 된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달 26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순번상 하영민이 3선발로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다”라고 했다. 하영민은 올 시즌 19경기서 7승6패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스타트 5회, 100⅓이닝 동안 43개의 볼넷을 내줬으나 69차례 탈삼진을 잡았다.
30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서는 6이닝 5피안타 4탈삼진 3볼넷 1실점으로 시즌 7승을 따냈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4승3패 평균자책점 3.41로 나쁘지 않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포심패스트볼 평균 143.3km. 그러나 비중은 39.3%다.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까지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다.
포심 피안타율이 0.385인데 슬라이더 0.239, 커브 0.200, 포크볼 0.149다. 변화구를 많이 구사하는 게 당연하다. NC를 상대로도 슬라이더와 커브를 많이 쓰며 재미를 봤다. 이제 선발투수로 제법 경험을 쌓으면서 나름의 생존 비법도 깨우친 듯하다.
에이스 안우진은 2026년에 돌아온다. 키움은 내년까지 외국인선수 2명과 함께 할 1~2명의 확실한 선발투수를 만드는 게 지상과제다. 우선 하영민이 앞으로 나왔으니 롱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압도적인 선발투수가 되긴 어려워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선발투수만 되면 된다. 키움이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홍원기 감독은 “작년 겨울부터 후보군을 정해놓고 경쟁시켰다. 장재영도 그 중 한 명이었지만…5선발 가지고 아직도 경쟁하는 건 그만큼 지금까지 선수들이 확실한 모습을 못 보여줬다는 뜻이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실전서 잘 하고 못 하고는 또 그 선수의 몫인 것 같다. 연습 때 아무리 잘해도 실전서 강한 선수를 찾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또 홍원기 감독은 묵묵히 누군가에게 기회를 준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좀 강하게 마음먹길 기대했다. “무작정, 억지로 기회를 줄 순 없다. 내가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기회를 주기 어렵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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