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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집에서 반려견으로 사모예드를 키우고 엄마랑 같이 마라탕 먹으러 가고 싶어요.”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에서 ‘깜짝’ 금메달을 획득하는 ‘대형 사고’를 친 오예진(19·IBK기업은행)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결선이 끝난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마라탕을 좋아하고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하는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열아홉 소녀’ 오예진은 사격장에만 들어서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선수로 평가된다.
2018년 제주 표선중학교 2학년 재학 시절 친구 따라 사격장에 갔다가 “한 발만 쏴 보라”는 친구의 권유로 총을 든 것이 사격의 시작이었다. 제주여상 사격부로 진학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고등학교 재학중이던 지난해 여자 고등부 권총 9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개인 1위를 석권했다. 지난해 국제사격연맹(ISSF) 자카르타 월드컵, 창원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고 국가대표선발전도 1위로 통과했다.
다만 세계 대회 경험이 부족한 탓에 이번 대회 메달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다. 대회를 앞두고 지난 5월 대한사격연맹이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메달 전망’ 선수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주변에선 올림픽 전에 약간 부진해서 관심을 못 받은 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고 얘기한다. 과도한 관심을 받지 않고 차분하게 준비한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오예진은 “제가 메달 유력 후보는 아니라고 해도, 그런 건 신경 안 썼다. 내 것만 하면 다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처럼 하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 랭킹 35위로 크게 주목 받지 않았지만 오예진은 대회장에 입성한 이후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대표팀에서는 조심스레 ‘예진이가 기분 좋은 사고를 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오예진은 “여기 오기 전부터 결선 마지막 발을 쏘고, 금메달을 들고 환호하는 걸 계속 상상했다. 그게 실제로 이뤄지니까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오예진은 결선에서 김예지(임실군청)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경쟁한 끝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메달 색깔을 가르는 마지막 두발 중 첫발에서 김예지가 9.7점에 그친 반면, 오예진은 10.0점을 쏴 사실상 금메달을 확정했다. 특히 오예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대회 50m 권총 진종오 이후 한국 선수로는 8년 만에 올림픽 결선 신기록(243.2점)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오예진은 “딱 마지막 발에 확신이 있었다. ‘이건 들어갔다’ 싶더라. 그래서 쏘고 안전기 끼우고 돌아서서 진짜 크게 소리 질렀다”고 금메달의 순간을 떠올렸다.
‘평범한’ 제주 소녀에서 한국 사격을 짋어질 기대주로 우뚝 선 오예진의 올림픽 메달 레이스는 이제 시작됐다. 오예진은 29일 열리는 공기권총 혼성 본선과 30일 결선 경기에서 이원호(KB국민은행)와 호흡을 맞춰 다관왕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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