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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에 입문한 지 이제 3년인 여고생 소총수 반효진(대구체고)이 낯설기만 한 첫 올림픽 무대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명중했다. 본선과 결선에서 하나씩 올림픽 신기록을 2개나 작성하고 결선에서 만점인 10.9점을 두 번이나 쏘는 등 ‘천재 사수’의 출현을 전 세계에 알렸다.
29일(한국 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 반효진은 251.8점으로 중국의 황위팅과 동률을 이룬 뒤 슛오프에서 10.4를 쏴 10.3의 황위팅을 0.1점 차로 물리치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스포츠의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반효진은 사격부의 친구가 ‘한 번 같이 운동해보자’는 제안에 처음 총을 들었고 체육고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수의 길을 걸었다. 만 16세로 한국 사격 대표팀의 역대 최연소 선수이자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 전체 최연소인 반효진은 이번 대회 목표가 메달권 진입이었는데 가장 빛나는 메달을 멘토인 부모님에게 갖고 가게 됐다.
반효진은 한국 사격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올렸다. 만 16세 10개월 18일로 메달을 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 종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당시 만 17세 11개월 4일)의 기록을 넘었다. 하계올림픽 사상 한국 선수단을 통틀어서도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다. 종전 기록은 1988년 서울 대회 양궁 단체전의 윤영숙(당시 17세 21일)이다.
한국 사격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여갑순(당시 서울체고)의 소총 금메달, 2000년 시드니 강초현(당시 유성여고)의 소총 은메달에 이어 또 한 번 여고생 소총수 신화를 작성했다.
파리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기대를 모은 반효진은 전날 본선에서 60발 합계 634.5점을 쏴 전체 1위로 본선을 통과하면서 금메달을 향해 질주했다. 자네트 헤그 뒤스타드(노르웨이)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세운 632.9점을 뛰어넘은 올림픽 본선 신기록이었다.
신기록 기세는 결선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이날 기록한 251.8점은 이 종목 올림픽 결선 타이기록이다. 반효진은 경기 초반부터 공기소총 혼성 금메달리스트인 황위팅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다. 10점대 고득점 행진을 벌이던 반효진은 8발째에 9.7점을 쏴 잠깐 순위가 내려갔으나 곧바로 10.8점으로 만회했다. 10발 사격을 마쳤을 때 반효진은 104.8점으로 2위에 자리했다. 이후 두 발씩 쏘고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시리즈에서도 반효진은 강심장다운 면모를 뽐냈다. 공기소총 결선은 8명이 먼저 10발씩 쏘고 이후 두 발씩 사격한 뒤 합계 점수가 가장 낮은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한다.
반효진은 13발째 사격에서 10.9점 만점을 적중시켜 선두를 달리던 황위팅과 격차를 0.5점으로 좁혔다. 줄곧 황위팅을 추격하던 반효진은 16번째 사격에서 또 한 번의 10.9 만점을 쏴 0.1점 차로 역전에 성공해 순위표 맨 위로 나섰다. 이어 17번째에 10.6점으로 황위팅과 격차를 또 0.1점 벌렸다.
황위팅은 22발째에 9.6점을 쏴 스스로 무너졌고 반효진은 1.3점 차로 앞섰다. 금메달을 결정하는 시리즈에서 반효진은 9.9점, 9.6점으로 갑자기 흔들려 슛오프까지 갔으나 다시 침착하게 10.4를 쏘고 금메달을 결정지었다.
1948년 런던 대회부터 하계올림픽에 참가해온 한국은 반효진의 금메달로 통산 금메달 100개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레슬링 자유형의 양정모가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린 이래로 48년 만의 일이다. 종목별로는 양궁이 28개, 태권도 12개, 유도와 레슬링이 나란히 11개씩이고 사격이 9개다. 배드민턴과 펜싱도 6개씩을 따냈다.
금·은·동메달을 모두 더한 전체 메달 기록에서도 새로운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전까지 287개의 하계올림픽 메달을 보유하고 있었다. 총 메달 300개 기록이 곧 쓰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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