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파리(프랑스) 심혜진 기자] 한국 여자 양궁의 새로운 에이스 임시현(21·한국체대)이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위기의 순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훈영(30·인천시청),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으로 꾸려진 여자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중국과 결승에서 세트스코어 5-4(56-53 55-54 51-54 53-55 29-27)로 승리했다. 슛오프 끝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여자 단체전의 위엄을 세웠다. 양궁 단체 종목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올림픽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단 한 번도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무려 10연패다.
2003년생으로 만 21살인 임시현은 이번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그만큼 엄청난 실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태극마크를 단 임시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존재감을 알렸다. 아시안게임에서 양궁 3관왕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에 오른 양창훈 여자대표팀 감독 이후 무려 37년 만이었다.
아시안게임 3관왕은 우연이 아니었다. 파리올림픽 대표팀에 뽑힌 것이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올림픽 금메달보다도 더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 선발전을 2년 연속 1위로 통과해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긴장할 법도 하지만 임시현은 당당했다.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25일 진행된 랭킹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694점)을 작성하며 1위에 올랐다. 결국 이날 단체전에서도 ‘에이스’다운 실력을 뽐내며 올림픽 10연패라는 대기록에 앞장섰다.
우승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임시현은 “저희의 도전이 역사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다”며 “그 역사를 전훈영 언니와 남수현이와 이룰 수 있어 너무 영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결승전은 치열했다. 한국이 먼저 2세트를 따내 쉽게 이기는 듯 보였지만 3, 4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승부는 슛오프로 이어졌다. 슛오프는 각자 화살을 각 한발씩 쏴 총점으로 승패를 가리는 싸움이었다. 만약 점수가 같다면 가장 중앙에 있는 화살로 결정된다.
임시현은 3 ,4세트에서 8점을 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부진을 만회하고 싶었다. 하지만 초조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임시현은 “제가 슛오프 가기 전에 8점을 연속으로 쏴서 정말 많이 걱정됐다. ‘바람 뭐지? 진짜 뭐지? 안 부는 거 아니었나?’라고 생각했다. 성공을 시켜야 하는 마지막 발이라 많이 긴장했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 게 한 발로 무너지면 안되니까 더 최선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다행히 임시현의 마지막 화살은 10점에 꽂혔다. 라인에 걸치면서 최종적으로 10점으로 판정됐다. 임시현은 “좋은 결과가 나와서 너무 행복하고 너무 기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에이스로서 중압감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조금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했다”며 “그게 저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고, 잘 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이날 레쟁발리드엔 많은 한국 팬들이 찾았다. 대표팀이 한 발 한 발, 10점을 맞출 때마다 큰 환호를 보냈다. 임시현은 “파리에 이렇게 많은 한국 분이 오실 줄 몰랐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조금 더 즐길 수 있게 도와주신 것 같다”며 “덕분에 든든하게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시상대에서 하트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임시현은 “파리에서 훈련하면서 (전)훈영 언니가 제안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메달의 무게를 느껴본 임시현은 “무겁고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시안게임 3관왕과는 또 다른 무게감이다. 임시현은 “국민들의 기대부터 달랐고, 응원도 더 많이 받았다. 기대가 다르다 보니 ‘크고 중요한 무대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다”며 “아시안게임 임했을 대보다 조금 더 긴장감도 많이 가졌고, 책임감도 가지고 준비했는데 한국 팬분들 사이에서 잘 끝내 너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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