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극장’ 안에서 짜릿한 승리의 영화 한편을 감상했다.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 전훈영(30·인천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은 28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펼쳐진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슛오프 접전 끝에 중국을 5-4(56-53, 55-54, 51-54, 53-55, 29-27)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경기 후 금메달을 목에 건 ‘맏언니’ 전훈영은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래서 패배를 생각하지 않았다”며 “10연패를 목표로 준비했는데 노력한 것이 결과로 이어져 정말 좋다. 동생들이 너무 잘해줬다”고 말했다.
임시현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영광이다. 10연패라는 부담이 정말 컸는데 우리가 잘 이겨냈다”고 말했고, 막내 남수현은 “언니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대회 전부터 선수들의 큰 무대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결국에는 10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1988 서울올림픽부터 이어온 여자 양궁 단체전 10회 연속 우승이다. 한국 양궁은 단체전이 도입된 1988 서울올림픽부터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은 예상대로 결승에서 권용학 감독이 지휘하는 중국과 맞붙었다. 대표팀은 올해 세 차례 월드컵시리즈 1~2차 대회에서 중국에 져 준우승에 그쳤다. 파리올림픽 8강과 4강에서 예상 밖으로 고전한 대표팀으로서는 분명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그러나 초반은 압도적이었다. 전훈영 활약 속에 1~2세트를 내리 따낸 한국은 4-0으로 여유 있게 앞서갔다. 하지만 3세트 초반 8-9-8점을 쏘는 바람에 한 세트를 내주며 2-4로 쫓겼다. 4세트 들어서도 중국의 기세를 누르지 못하면서 4-4 동점을 허용했다.
4강에 이어 결승에서도 슛오프에 돌입했다. 슛오프를 마치고도 화살의 점수를 재판정 받고서야 승부가 갈렸다.
마지막 슛오프에선 첫 번째 사수 전훈영과 세 번째 사수 임시현이 10점 라인에 걸친 9점을 쐈다. 슛오프를 마친 뒤 이 화살이 모두 10점으로 판정을 받으면서 한국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두 화살 모두 스코어보드에 찍힌 9점으로 확정됐다면 한국 여자양궁이 쌓아올린 금메달 탑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9점 짜리로 찍힌 화살이 10점으로 최종 판정을 받게 되자 한국 선수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서로를 얼싸안았고, 새 역사 창조를 꿈꾸던 중국 선수들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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