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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펜져스’의 캡틴코리아…오상욱을 전설로 만든 책임감[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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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펜져스’의 캡틴코리아…오상욱을 전설로 만든 책임감[올림픽]
오상욱이 28일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마지막 포인트를 획득해 금메달을 확정하며 포효하고 있다. 파리=성형주 기자

‘어펜져스’의 캡틴코리아…오상욱을 전설로 만든 책임감[올림픽]
시상대에서 메달리스트들과 ‘셀카’를 찍는 오상욱(가운데). 파리=성형주 기자

192㎝의 장신 검객 오상욱(28·대전시청)은 펜싱 남자 사브르의 세계적인 강자지만 파리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 기대는 크지 않았다. 올해 다친 오른 손목의 불편함 때문인지 5월 국내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 때 8강에서 탈락했고 이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치른 월드컵에서는 16강에서 떨어졌다. 지난달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단체전을 석권하며 어깨를 폈지만 파리 올림픽 전망은 개인전보다는 단체전 정상 수성에 쏠렸다.

28일(이하 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나온 오상욱의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은 그래서 더 놀랍고 값지다. 오상욱은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대11로 물리치고 금빛 포효를 선보였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을 통틀어 첫 금메달이기도 하다.

한국 펜싱의 쾌거다. 남자 사브르에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2021년 도쿄 대회 김정환의 동메달이 올림픽 최고 성적이었다. 2000년대 들어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떠오른 한국 펜싱은 5회 연속 올림픽 개인전 메달리스트 배출로 축제를 이어갔다.

오상욱은 도쿄 올림픽 8강 탈락의 아쉬움을 씻고 한국 펜싱 선수 최초의 개인전 그랜드슬램이라는 이정표를 국가대표 경력 10년 차에 세웠다. 2019년 세계선수권 제패를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을 두 번 우승했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상에 이어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서 메이저 국제대회 정상을 모두 밟는 그랜드슬래머의 영예를 안았다. 한 박자 빠른 공격이 특징이었는데 기다렸다가 빈틈을 노리는, 구기로 치면 지공으로 스타일을 바꾼 변화도 적중했다.

2014년 12월 한국 사브르 최초의 고교생 국가대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오상욱은 이제 세계 펜싱의 전설로 이름을 각인하게 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펜싱 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꿈이 더 커졌다. 운동선수 하면 떠오르는 선수 중에 내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남자 사브르는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로 불린다. 도쿄에서 올림픽 단체전 2연패 위업을 이뤘다. 김정환과 김준호가 은퇴해 파리 멤버는 박상원과 도경동이 새롭게 합류한 ‘뉴 어펜져스’다. 맏형 구본길과 경험이 부족한 뉴 페이스들 사이에서 오상욱은 책임감이 컸다. 영화 어벤져스로 치면 캡틴 아메리카 역할을 해야 했다. 마지막 올림픽에 나선 구본길이 개인전 32강에서 탈락하면서 오상욱의 어깨는 더 무거울 만했다. 그는 그런 책임과 부담을 개인전 금메달로 승화해냈다. 펄펄 끓는 기세를 단체전 3연패 도전으로 이어갈 참이다. 단체전 정상을 수성하면 오상욱은 한국 펜싱 최초의 올림픽 2관왕 기록을 쓴다.

우승 과정을 돌아보며 파레스 아르파(캐나다)와 8강(15대13 승)을 고비로 꼽은 오상욱은 “그 선수가 올라올 거라고 정말 생각 못했다. 원우영 코치님이 ‘네가 할 것만 하면 널 이길 사람은 없다’고 뒤에서 많이 잡아주셨다”고 했다. 아르파는 올림픽 개인전 3연패의 아론 실라지(헝가리)를 제압한 다크호스였다. 고비를 잘 넘긴 오상욱은 결승에서 14대5로 크게 앞선 뒤 14대11까지 쫓겼으나 더는 점수를 주지 않았다. “친형이 운영하려는 펜싱 클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올림픽 뒤의 소박한 계획을 밝힌 오상욱은 “단체전까지 금메달 따고 편히 쉬겠다”는 말로 2관왕 각오를 대신했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31일 오후 8시 30분 8강부터 시작한다. 결승은 8월 1일 오전 3시 30분이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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