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제 정신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이 엄청난 입담의 소유자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 단지 자신의 발언이 왜곡되거나 감독의 무게감을 감안해 최대한 담백하게 얘기하는 성향이 짙다. 그렇다고 해도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한 방을 제대로 터트린다.
키움은 26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을 5-4로 이겼다. 홍원기 감독은 0-1로 뒤진 2회초 1사 1,2루서 홍종표의 타구를 신인 유격수 이재상(19)이 더블아웃으로 정리한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여겼다. 심판진의 레이트콜 논란이 있었고, 2루 주자 서건창으로선 당연히 혼란스러웠다.
이재상은 홍종표의 타구를 넘어지면서 다이렉트로 잡은 뒤 몸을 날려 2루로 귀루하던 서건창의 몸에 정확하게 태그, 이닝을 끝내버렸다. KIA로선 억울한 장면이었으나 키움으로선 이재상의 엄청난 호수비였다. 왜 구단이 미래의 코어 내야수로 여기는지 드러난 장면이었다.
홍원기 감독은 27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 “사실 어제 2회에 그 타구 빠졌으면 솔직히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되지 않았을까. 중심타선, 테이블세터로 연결되는 흐름이었다. 그 이닝이 그렇게 안 끝났다고 하면 큰 고비였을 텐데 그 수비와 김혜성의 홈 보살이 제일 큰 맥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촌철살인 코멘트는 그 다음에 나왔다. 이재상을 두고 홍원기 감독은 갑자기 웃더니 “그런데 그게 제정신으로 한 건지, 아니면 제가 보기에는, 이게 이 생각은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그게 상대적인 건데 제가 보더라도 그게 넥스트 플레이인지, 상대적으로 KIA 쪽에서 보면 그게 펌블이 된 타구일 수도 있다. 타구가 반대쪽으로 흘렀기 때문에 넥스트 플레이 동작으로 볼 수도 있다. 심판들도 굉장히 헷갈려 했을 만한 타구였던 것 같다”라고 했다.
3루 덕아웃 방면에서 보면 타구를 이재상이 명확히 다이렉트로 잡았다. 중계방송사 느린그림에 나온다. 이후 넥스트 플레이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공을 떨어뜨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서건창으로선 아무런 콜이 안 나오니 억울할 만한 상황이었다. 콜이 바로 나왔다면 서건창이 애당초 2루에서 굳이 3루로 스타트를 할 이유가 없었고, 더블아웃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KIA의 입장이다. 이 얘기 역시 일리 있다.
어쨌든 이재상은 정신없는 가운데 본능적으로 더블아웃을 만들었다. 마치 미쳐야 미칠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 미치지 않고서 뭔가 이루기 어렵다는 얘기다. 홍원기 감독은 “그 타구가 더블아웃으로 연결된 건 어제 경기 승운이 KIA보다 우리에게 좀 더 많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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