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영장에서 지켜야 하는 몇 가지 규칙을 알고 있을 것이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깨끗이 씻고, 미끄러운 바닥에서 뛰지 않으며,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다이빙을 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그 중에서도 수영장 물 안에서 소변을 보지 말라는 규칙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한 세계 최고의 수영 선수들은 이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수영 선수가 경기가 치러지는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의 수영장 안에서 소변을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올림픽 경기의 “가장 지저분한 비밀”이라고도 전했다.
실제로 많은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수영장에서 ‘실례’를 한 경험을 고백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평영 금메달리스트인 릴리 킹은 “나는 아마 모든 수영장에서 소변을 봤을 것이다. 원래 그렇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수영장에서만 소변을 보는 것이 아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케이티 호프는 세계선수권대회 경기 전에 옆에서 대기하던 동료 선수가 바닥에 소변을 본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호프는 “말 그대로 다리를 타고 흘러 내려와 바닥에 고였다”며 “(선수가 아닌) 외부인들에게는 역겨울 수 있지만 수영장 물 안에 염소가 많이 들어있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소변을 참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예의 부족이나 규칙을 어기고자 함이 아니다. 수영 선수들은 경기에 나설 때 몸에 딱 붙어 근육을 압박하는 경기용 수영복을 입는다. 이러한 수영복은 물속 저항력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입고 벗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들이 경기 직전까지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시로 물을 마셔야 하므로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데, 경기용 수영복을 입는 데는 길게는 20분도 걸린다. 따라서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시간과 힘을 허비하기보다는 그냥 ‘입고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나섰던 잭 하팅은 고교 시절 주 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때 경기 직전 요의를 느껴 곤란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당시 그는 경기용 수영복을 입은 상태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고, 결국 처음으로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은 채 소변을 보게 되었다.
수영장에서 소변보기에 익숙해진 선수들 중에는 수영을 하면서 동시에 일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는 소변을 보지 않는 등 ‘암묵적 규칙’이 존재한다고 한다.
수영장 수질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염소 농도를 수시로 조절하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는 위안이 있다. 미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 열린 수영장의 수질 관리를 담당했던 브라이언 스피어는 9일간의 선발전 동안 선수 1천 명이 출전했던 수영장의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소이온 농도 지수(pH)와 염소 수준을 조정했다고 WSJ에 말했다.
이처럼 올림픽 수영 선수들의 ‘실례’는 비밀 아닌 비밀로 남아 있지만,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알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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