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KIA에 대형포수 나왔다.”
KIA 타이거즈 안방이 2~3년 전과 비교할 때 상전벽해다. 오랫동안 영입에 공들인 박동원(LG 트윈스)을 반년밖에 쓰지 못한 아픔을, 작년 7월 김태군 트레이드로 깨끗하게 털어냈다. 당시 심재학 단장은 김태군 트레이드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내다본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선 김태군 특유의 안정적인 수비력과 투수리드가 마운드와 팀 디펜스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 그렇게 됐다. 그리고 김태군이 중심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포수들의 성장통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김태군이 없었다면 현재 1군 안방에 불완전한 백업포수가 뛰어야 했다. 이는 팀과 개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태군과 3년 25억원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심재학 단장은 2024년과 2025년엔 김태군이 굳건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계약 마지막 시즌인 2026년엔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치고 올라와 김태군과 경합을 벌이는 구도가 만들어지면 최상이라고 얘기했다.
지금까지 정확히 그렇게 되고 있다. 아니, 더 빨라질 수 있다. 김태군 덕분에 백업으로 집중적으로 경험을 쌓는 한준수(25)가 이미 사실상 ‘공동 주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공수 영향력을 보여준다. 김태군과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출전한다.
한준수는 올 시즌 78경기서 193타수 61안타 타율 0.316 4홈런 29타점 28득점 출루율 0.372 장타율 0.456 OPS 0.828 득점권타율 0.268이다. 424.2이닝 동안 단 3개의 실책만 범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기여도) 0.219로 포수 13위다. 블로킹 능력을 드러내는 PASS/9는 0.567로 포수 18위. 백업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도루저지율이 15.9%로 저조한 게 유일한 고민이다.
ABS 시대이긴 해도 포수는 수비력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공수를 겸비한 한준수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2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도 3안타를 몰아쳤다. 놀랍게도 타율 0.316은 KBO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두산 베어스 0.328) 다음으로 리그 포수들 중 두 번째로 좋다.
한준수는 거의 투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타격한다. 오픈스탠스다. 몸쪽 공략에 용이하다. 그렇다고 바깥쪽에 약하지 않을 정도의 컨택 능력을 보유했다. 일발장타력이 있는 포수로 분류됐지만, 오히려 한 방보다 애버리지가 돋보인다. 애버리지를 계속 유지하면 어느 시점에서 홈런 개수가 팍팍 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당장 KIA가 굳이 한준수에게 공격까지 많이 요구하지 않는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24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준수를 제2의 포수로 생각하고 시작했다. 솔직히 공격력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팀 백업포수보다도 상위권이라고 생각한다. 수비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확실히 잡는 것도 그렇고, 블로킹도 그렇고 포수로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을 좀 많이 한다”라고 했다.
ABS 시대에 맞춰 공부도 많이 한다. 이범호 감독은 “볼배합 공부만 많이 하면 훨씬 더 좋은 포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공부를 많이 한다. 우리 팀에 좋은, 대형 포수 하나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나가서도 정말 부담 없이 해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한준수에게 작년은 1군의 맛을 보는 시즌이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도약의 시즌이다. 심재학 단장의 계획보다 1년 정도 빠른 느낌이다. 한준수의 성장이 김태군에게도 건전한 자극이 될 수 있고, 덕분에 2군에서 신인 이상준 등이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다. KIA 안방이 왕국으로 거듭날 시간이 서서히 다가온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