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도영이 게임체인저 인 건 놀랄 일도 아닌데…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은 올 시즌을 기점으로 KBO리그 최고타자 반열에 올랐다. 실제 시즌 결승타 10개로 양의지(두산 베어스, 11개)에 이어 리그 2위다. KIA가 올 시즌 거둔 57승 중 10승을 김도영의 방망이로 확정했다.
게다가 꼭 결승타가 아니어도 결정적 한 방과 출루로 경기흐름을 뒤집는 역할까지 생각하면, 김도영이 올 시즌 KIA의 승리에 미친 지분은 훨씬 더 높아진다. 괜히 정규시즌 MVP 후보 1순위로 꼽히는 게 아니다.
김도영은 2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역시 게임체인저였다. 5-7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한화 마무리 주현상에게 좌전안타를 날리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공기를 바꿨다. 이후 KIA는 최원준의 볼넷과 최형우의 우월 스리런포로 8-7 재역전승을 따냈다.
김도영이 밥상을 차리고 최원준이 연결하고 최형우가 해결하는, 전통적 방식(?)의 득점루트가 제대로 가동됐다. 최형우가 주현상의 체인지업을 정확하게 걷어 올려 타격 테크닉의 진수를 보여준 것도, 김도영이 밥상을 차리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그런데 김도영의 게임체인저 역할은, 사실 기대하기 어려운 날이었다. 김도영이 모처럼 선발라인업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753이닝으로 리그 수비이닝 최다 3위를 달린다. 진작 휴식이 필요했지만, 이범호 감독은 쉽게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다. 스코어가 크게 벌어질 때 한~두 차례 경기 도중 제외한 게 전부였다.
그러나 KIA가 아무리 1위를 달린다고 해도 막상 원 사이드하게 이기는 경기가 거의 없다. 순위는 종이 한 장 차이이고, KIA도 어김없이 거의 매일 접전을 벌인다. 그래서 이범호 감독은 ‘공수의 핵’ 김도영과 박찬호에게 쉴 시간을 주기 어려웠다.
그래서 21일 대전 한화전은 김도영과 박찬호가 온전히 쉴 기회였다. 2위와 5~6경기 이상 벌리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 이미 앞서 열린 이번주 4경기를 모두 잡았기 때문에 굳이 이 경기에 목숨을 걸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대신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과 박찬호를 경기 후반에 투입했다. 박찬호를 6회말 수비 도중 투입했고, 김도영은 끝까지 아꼈다가 9회초 선두타자 서건창 대신 내보냈다. 김도영은 그 한 번의 기회를 살려 이날의 게임체인저 중 한 명에 등극했다.
제 아무리 김도영이라도 해도 대타로 등장해 안타를 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도영은 역시 김도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범호 감독의 대타 투입 타이밍도 정확했다. 선수의 재능과 승부사 기질, 벤치의 전략이 모두 맞아떨어진 경기였다.
KIA 팬들에 이 경기가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다. KIA가 이런 경기를 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도영 같은 선수가 대타로 나갈 일이 1년에 몇 번이나 있을까. 몸이 좋지 않고서야, 그 재능과 운동능력이면 적어도 KBO리그애선 평생 주전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게 KIA는 힘을 빼고 치른 경기까지 잡으면서 선두독주에 더욱 탄력을 붙였다. 2위 LG 트윈스에 6.5경기 앞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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