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 시즌까지는 이렇게(불펜으로) 쓰고, 내년 시즌을 준비할 때 (보직을)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 우완 김도현(24)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몇 차례 위와 같이 얘기한 적이 있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갑자기 시즌 도중 돌아왔다. 체계적으로 선발투수로 빌드업하긴 어려웠다. 더구나 불펜 사정이 좋지 않다. 그래서 일단 불펜으로 써왔다.
대신 올 시즌을 마치고 장기적으로 KIA 마운드의 확실한 전력이 될 가능성을 언급한 게 눈에 띈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 이글스 시절, KIA 이적 직후와 현 시점에서의 패스트볼 스피드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올 시즌 김도현의 포심은 평균 147.9km. 2022시즌에는 141.8km였다.
현역으로 군 복무하며 체계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더니 150km을 거뜬히 찍는 파이어볼러로 변신했다. 이런 투수를 마운드 장기 구상의 한 축에 집어넣지 않는 게 이상하다. 단, 스피드와 별개로 커맨드와 제구, 투구 일관성 유지 측면에선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
그런데 윤영철이 갑자기 척추 피로골절로 최소 3주간 휴식한다. 극적으로 김도현에게 선발투수 기회가 주어졌다. 윤영철이 등판을 1~2차례만 건너 뛰고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면 김건국을 대체 선발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KIA는 윤영철의 장기결장도 각오하고 김도현에게 꾸준히 선발등판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래야 팀 마운드의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김도현의 미래도 도모할 수 있다.
그런 김도현이 19일 선발투수 데뷔전서 사고를 제대로 쳤다. 친정 대전 한화 이글스전서 5이닝 2피안타 4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3회에는 149~150km을 찍었다. 4~5회에도 140km대 중반까지 나왔다.
선발투수로 빌드업이 되지 않은 상황서 고무적인 결과였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까지 고루 구사했다. 5이닝을 단 68개의 공으로 요리했다. 한화 타선이 후반기 들어 침체 일로라고 해도 대단한 의미 있는 결과.
1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지속적으로 등판하면 어려움이 반드시 발생할 것이다. 선발투수를 전문적으로 처음 한다. 때문에 시행착오 및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김도현이 황동하 정도의 생산력만 보여줘도 KIA로선 불펜 과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범호 감독의 장기구상도 바뀔 여지가 생겼다.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테스트하는 장이 만들어졌기 때문. 잔여시즌 꾸준히 선발 등판을 하면, 시즌 후 선발과 불펜 모두 유의미한 데이터 비교가 가능할 전망. 그러면 마운드 장기구상에 김도현을 어떻게 기용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선명해질 수 있다.
KIA는 이의리가 없다. 지난 6월20일 토미 존 수술 및 뼛조각 제거 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토미 존 수술의 재활은 최소 1년. 보편적으로 1년2~3개월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내년 7~8월, 그러니까 전반기는 말할 것도 없고 후반기에도 정상적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좀 더 보수적으로 계획을 세우면 내년까지 없는 전력으로 봐도 무방하다. 내년 성적을 위해 이의리를 무리하게 빨리 복귀시키는 건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김도현이 후반기에 조금이라도 계산된 모습을 보여줄 경우 내년에는 개막과 함께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양현종과 외국인투수들이 잘 버텨주면서 황동하와 김도현이란 우완 4~5선발도 나쁘지 않다.
물론 윤영철이 척추 피로골절을 회복하면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시각에서 김도현은 군 필이다. 반면 윤영철과 황동하는 군 복무를 해야 한다. 김도현이 앞으로 선발투수로 꾸준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KIA로선 무조건 좋다. KIA의 현재와 미래를 건 선발투수 김도현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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