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류현진이 직접 송신기를 쓴다.”
한화 이글스 관계자는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이렇게 얘기했다. 이날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이재원에게 확인하니, 류현진이 송신기를 차고 자신은 수신기를 착용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류현진은 허리 벨트 부근에 송신기를 찼다. 이재원은 무릎 보호대 부근에 수신기를 찼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가 1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송신기를 착용하고 직접 사인을 냈다. 류현진도 쿠에바스처럼 직접 이재원에게 사인을 냈다. 물론 경기운영의 큰 틀은 미리 이재원과 합의했을 것이다.
피치컴을 쓰니 확실히 경기진행이 빨랐다. 류현진은 타자에게 대놓고 피치컴 송신기 작동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사실 송신기 9개 버튼에 입력값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선수들 마음이기 때문에 노출이 돼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류현진은 투구를 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버튼을 조작했다. 이재원으로선 구종, 위치에 맞게 미트를 벌리는 일만 하면 됐다. 류현진이 이렇게 피치컴 송신기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던 건,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이던 2023년에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써봤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도 한화 선수들 중에선 류현진이 가장 익숙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류현진이 자기주도 볼배합을 시작했다. 그러나 1회에만 4점을 내주며 ‘오류’가 났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NC 타자들이 류현진의 패스트볼에 대처가 좋았다. 류현진은 테이블세터 박민우와 박시원에게 패스트볼을 던지다 잇따라 우전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피치컴이 잘못한 건 1도 없었다. 둘 다 류현진이 공을 한가운데로 던진 결과였다. 그런데 박건우와 맷 데이비슨은 류현진의 주무기 체인지업도 받아쳐 안타로 연결했다. 특히 류현진은 한 방이 있는 데이비슨에게 1B2S라는 유리한 볼카운트서 완전히 바깥쪽으로 뺐다. 그러나 데이비슨이 이걸 툭 밀어 1타점 우전적시타로 연결했다.
류현진은 흔들렸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권희동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느낌도 들었다. 스트레이트 볼넷. 여기서 역시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휘집을 상대했다. 무사 만루. 패스트볼이 몸쪽 높은 코스, 치기 좋았으나 유격수 병살타가 됐다. 이후 3루수 노시환의 포수 실책이 한 차례 나오며 추가실점했으나 김형준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 이닝을 마쳤다.
1회에만 무려 32개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2회부터 우리가 아는 류현진으로 돌아왔다. 5회까지 4이닝을 51구로 정리했다. NC 타선이 타격감이 좋은 걸 감안, 포심 비중을 줄인 게 통했다. 체인지업과 커브를 섞어 NC 타선을 압도했다. 4회 1사 후 서호철에게 커브를 던지다 중전안타를 맞았으나 그게 2회부터 5회까지 유일한 피출루였다.
이날 류현진과 맞상대한 NC 선발투수 신민혁과 포수 김형준 배터리는 피치컴에 대해 찬사 일색이었다. 송신기를 조작한 김형준은 “버튼을 사용해 보니 전혀 문제없었다”라고 했다. 이미 경험이 있는 류현진도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1회는 NC 타자들의 좋은 대응력이 돋보인 구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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