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70이닝이 아슬아슬하다?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36)이 무려 1년1개월만에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양현종은 17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서 9-5로 앞선 5회초 2사 1,2루, 김영웅 타석에서 김대유로 교체됐다. 김대유가 김영웅을 삼진 처리하면서 이범호 감독의 결단은 통했다. KIA는 삼성을 10-5로 눌렀다.
삼성의 5회초 공격 시작 당시 KIA의 9-3 리드였다. 양현종은 5회에 2실점했고, 주자 2명을 내보낸 상황서 한 방이 있는 김영웅을 상대해야 할 시점이었다. 이범호 감독으로선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결단을 내렸다.
양현종의 이날 기록은 4⅔이닝 7피안타 4탈삼진 3볼넷 5실점. 양현종이 5이닝을 채우지 못한 마지막 경기는 무려 2023년 6월7일 광주 SSG 랜더스전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당시 4⅓이닝 11피안타 3탈삼진 2볼넷 7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후 10일 잠실 LG 트윈스전(5이닝 6피안타 3탈삼진 1실점)까지 36경기 연속 5이닝 넘게 소화했다. 기본적으로 6~7이닝을 버티다 보니, 5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건 쉽게 상상이 안 된다. 그만큼 양현종과 이닝은 떼어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양현종 본인도 통산 174승보다 2438⅔이닝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KBO 통산 최다이닝 2위. 현 시점에서 1위 송진우(3003이닝) 추월이 가능한 유일한 투수다. 그는 에이스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최대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승리는 야수들의 공수도움이 필수지만, 이닝은 자신의 경쟁력이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양현종이 그동안 세운 수많은 기록 중에서 9시즌 연속 170이닝이 그래서 눈에 띈다. 스스로 가장 아끼는 기록. 2014시즌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미국에 진출한 2021년을 제외하면 9시즌 연속이다. 이미 KBO 최초기록.
그런데 10년 연속 170이닝이 어쩌면 아슬아슬할 수도 있다. 양현종은 17일까지 106⅔이닝을 소화했다. KIA에 남은 경기는 54경기. 양현종은 에이스이니 최소 10경기 안팎으로 나갈 수 있다. 여기서 전부 6이닝을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170이닝에 약간 못 미친다. 시즌 막판 불규칙한 일정 속에서 11~12경기에 나가서 전부 6이닝씩 던지면 170이닝을 돌파할 수 있다.
올 시즌 양현종은 18경기서 106⅓이닝을 던졌다. 평균 6이닝이 안 된다. 6이닝을 채운 경기는 10경기. 그 중 9경기서 퀄리티스타트를 수립했다. 결국 양현종이 잔여일정에서 기복을 최소화하고 꾸준히 6이닝 이상 던져야 170이닝을 돌파할 수 있을 듯하다. 양현종이라서 가능할 수 있다.
6월18일 광주 LG 트윈스전서 팔 저림 증세를 보인 뒤 보호차원에서 2주간 쉰 것도 170이닝 돌파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이범호 감독에겐 선수보호가 우선이었다. 당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한 게 후반기 활약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KIA로서도 양현종이 앞으로 많은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제임스 네일이 약간 위력이 떨어졌고, 윤영철도 허리 부상으로 일단 3주간 쉰다. 나머지 선발투수들에게 많은 이닝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불펜투수들의 원활한 에너지 관리 차원에서라도 양현종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건 중요해 보인다. 양현종의 진짜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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