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황희찬(28·울버햄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뱉어 주먹까지 불러 공분을 산 코모1907(이탈리아) 소속 선수는 징계조차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울버햄튼은 16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르베야 전지훈련 중 가진 세리에A 승격팀 코모와의 친선경기에서 세트피스에서 터진 맷 도허티 결승골로 1-0 승리했다.
승리의 기쁨도 누릴 수 없었다. 이날 연습경기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점철됐다.
문제가 된 상황은 후반 23분 발생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황희찬을 향해 상대 수비수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뱉었다. 곁에서 이를 들은 황희찬 동료 다니엘 포덴스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뱉은 선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격분한 상태의 포덴스는 결국 퇴장 명령을 받았다. 심각한 분위기 속에 경기는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연습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울버햄튼 게리 오닐(41) 감독도 분노했다. 오닐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울버햄튼 공식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코모 선수의 언행은 매우 실망스럽다. 차니(황희찬)는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고, 큰 상처를 입었다. 경기 중 교체하려 했는데 차니가 계속 뛰길 원했다”고 밝혔다.
울버햄프턴 구단도 “인종차별 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UEFA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큰 파장이 일고 있지만 정작 코모 구단은 소속 선수 감싸기와 함께 변명 일색의 성명을 내놓았다.
코모는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인종차별적 발언 논란이 됐던)상황에 대해 조사했다. 모욕적 발언이 없었음을 확인했다. 울버햄튼 선수들이 경기 내내 ‘차니’ ‘차니’하면서 플레이 했다. 그래서 우리 선수가 재키찬(성룡)이라고 불렀다. 이것을 울버햄튼 선수들이 과잉 해석한 것”이라는 어이없는 해명을 내놓았다.
울버햄튼과 황희찬은 해당 선수의 발언이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BC’는 “울버햄튼은 그들의 불만을 공식화하기 위해 잉글랜드축구협회(FA)와 협력 중이다. UEFA와 이탈리아 축구협회에도 항의서를 전달한다”고 보도했다.
주먹질도 분명 잘못된 행위로 퇴장 등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주먹을 부른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선수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축구팬들은 가슴을 치고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한 싸움은 조직위 우선순위라고 말하면서도 UEFA는 이번 사건이 UEFA 대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사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코모 구단도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울버햄튼 선수들의 과잉 해석이자 대응이라며 소속 선수를 감싸고 있어 징계를 부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징계 조치를 내린다면 이는 곧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것으로 시인하는 모양새가 된다.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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