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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문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고발하고 홍 감독은 자칫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상황에 놓였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역시 자체 조사를 시사하며 전방위로 정 회장과 협회를 압박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 13일 이사회 승인을 통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홍명보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 홍 감독은 이틀 뒤인 15일 곧바로 비행기에 올라 코칭스태프 구성을 위한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홍 감독은 “내 마지막 도전에 응원을 당부드린다”고 했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감독 선임은 당장 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문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15일 축구협회의 홍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를 주시하던 문체부 측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입장으로 감독 선임 과정을 직접 조사할 수 있다. 축구협회가 올해부터 정부 유관 기관에 포함되면서 일반 감사 진행이 가능하다. 문체부는 감사 등을 통해 선임 과정이 적절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정부와 더불어 시민단체는 여전히 침묵 중인 정 회장을 고발하고 나섰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15일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한 것이 정몽규 회장의 협박 및 위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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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도 좌불안석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은 절차적 하자가 명백한 만큼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축구협회는 규정에도 없는 전력강화위원회 권한 위임을 통해 몇몇 사람들의 자의적인 결정으로 감독 선임을 단행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협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한 납득할 만한 해명과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 국정감사 시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사실관계를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태를 진정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최윗선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정몽규 회장은 어떤 입장 발표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을 증폭시킨다. 이제는 정 회장이 직접 대중 앞에 나서 자신의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축구계의 중론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5개월 가까이 외국인 감독 후보만 검토하다 시간을 다 허비한 뒤 급하게 홍 감독을 임명하며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낸 데 대한 해명이 나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명무실한 기구였던 전력강화위원회와 관련한 절차적 문제점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명쾌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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