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영혼의 배터리는 잘 나갈 때도 함께, 시련도 함께 겪는다.
2023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는 김서현(한화 이글스)이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전체 2순위 윤영철(KIA 타이거즈)도 큰 주목을 받았다. 윤영철은 충암고 3학년이던 2022년 당시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서 KBO리그 은퇴 레전드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로 팬들에게 확실하게 지명도를 높였다.
또한, 윤영철과 고교 시절 ‘영혼의 배터리’ 김동헌(키움 히어로즈)이 ‘레전드 오브 레전드’ 이승엽 당시 최강야구 몬스터즈 감독을 상대하기 전 마운드에서 나눈 대화도 화제를 모았다. 청소년대표팀 연습경기에 나선 이들은 9회말 2사 1,2루까지 6-3으로 앞섰고, 대타 이승엽을 넘어야 했다.
김동헌-윤영철 배터리는 자신 있게 정면 승부하기로 다짐했다. 실제로 윤영철은 이승엽 감독을 초구에 몸쪽을 공략해 1루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워 경기를 끝냈다. 훗날 윤영철은 바깥쪽으로 던지려고 했으나 반대투구가 됐다고 실토(?)했다. 어쨌든 이 장면은 두 예비신인의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잘 담은 하이라이트였다.
두 사람은 기대대로 2023시즌 1군에 입성해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윤영철은 문동주(한화 이글스)와 마지막까지 신인왕 레이스를 펼칠 정도였다. 25경기서 8승7패 평균자책점 4.04, 122.2이닝을 소화했다. 올 시즌에도 16경기서 7승4패 평균자책점 4.30, 75.1이닝을 던졌다. 현재 KBO리그 1~2년차 투수 중 윤영철 말고 2년 내내 꾸준히 선발등판한 투수는 리그에 전무하다.
그래서일까. 윤영철은 결국 탈이 났다. 이범호 감독은 14일 광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윤영철이 간혹 허리 뭉침 증상이 있다는 트레이닝 파트의 보고를 받아왔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등판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어서 조심스럽게 등판 일정을 조정하면서 시즌을 치러왔다. 그러나 13일 광주 SSG전서 2이닝을 던지고 탈이 났다. 크로스 체크 결과 척추 피로골절이다.
사실 고교 시절부터 팀과 대표팀의 주축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왔다. KIA도 윤영철을 애지중지 관리해왔으나 데뷔하자마자 2년간 198이닝을 달려오면서 자연스럽게 피로가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비 시즌에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캠프에서 1개월간 훈련하기도 했다. 평균구속이 약간 올라가긴 했고, 커터라는 신무기를 확실하게 익혔다. 득이 많은 시간이었지만, 이 기간 쉬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윤영철은 3주 휴식 후 재검진을 받는다. 재검진을 통해 휴식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야구를 재개해도 몸을 만드는 시간을 감안하면 최소 1개월 이상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KIA는 이미 이의리와 윌 크로우의 시즌 아웃, 정해영과 최지민의 공백 등 선발과 불펜 모두 공백이 있다. 윤영철의 이탈은 선발과 불펜 모두 큰 부담이다.
윤영철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다. 그러나 김동헌의 1년차 활약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센세이션했다. 키움은 예상을 뒤엎고 김동헌을 2023시즌 개막엔트리에 집어넣더니 1년을 풀타임으로 썼다. 언젠가부터 베테랑 이지영보다 더 많은 출전시간을 가졌다.
싹이 보이는 신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는 키움 특유의 스타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파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2023시즌 102경기서 타율 0.242 2홈런 17타점 22득점 OPS 0.631로 나쁘지 않았다. 타격과 수비 모두 보통의 신인 포수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도 백업 포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 윤영철도 하지 못한 군 복무까지 해결했다.
그런 김동헌은 올해 딱 2경기만 뛰고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그동안 팔이 좋지 않았고, 검진 결과 토미 존 수술 소견을 받았다. 그러자 키움은 미련 없이 김동헌을 수술대에 보냈다. 김동헌은 2025시즌에 돌아온다.
1년차에 기대이상의 활약, 2년차의 시련까지. 고교 시절 영혼의 배터리가 프로 입단한 뒤에도 비슷한 행보를 한다. 이것이 야구이고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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