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지훈이는 밑으로 가면 잘 치는구나.”
SSG 랜더스 간판 외야수 최지훈(27)은 올 시즌 90경기서 타율 0.276 8홈런 38타점 65득점 29도루 OPS 0.771 득점권타율 0.238이다. 6월 타율 0.215에 머무르다 7월 들어 타율 0.382로 맹활약한다. 기술적인 점검, 변화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이숭용 감독은 심리적인 변화에도 주목했다. 주로 리드오프로 나서던 최지훈이 6월 말부터 6~7번 타순으로 내려가는 날이 늘어났다. 7월에는 아예 9번타자로 3경기, 8번타자로도 1경기에 나갔다. 1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너는 밑으로 가면 잘 치는 구나”라는 이숭용 감독의 농담은 그래서 나왔다.
하위타순으로 내렸더니 좋은 타구가 나오기 시작했고, 리드오프로 복귀해서도 좋은 감각을 이어갔다. 확실히 하위타순으로 내려가면 부담을 덜고 타격하니 결과가 잘 나오는 경향이 있다는 게 이숭용 감독 얘기다.
이숭용 감독은 이 얘기를 최지훈에게 직접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최지훈은 웃으며 “아 그건 아닌데요”라고 했다. 이후 이숭용 감독은 자세한 소개를 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최지훈의 기를 팍팍 세워줬을 것이다. 그는 “나는 선수들하고 면담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그냥 한, 두 마디 농담식으로 주고받는 거죠”라고 했다.
베테랑들에겐 확실히 기를 세워주고, 예우도 확실히 한다. 젊은 선수들에게도 최대한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베테랑들의 팀이란 이미지가 강했지만, 박지환, 정준재, 고명준 등 젊은 야수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홈런의 팀이란 이미지가 강했지만, 뛰는 야구도 접목하고 있다. 2022년 통합우승 당시의 전력은 아니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미래를 보고 뚜벅뚜벅 나아간다.
이숭용 감독이 최지훈에게 농담을 했지만, 주로 1번을 치던 선수를 7~9번으로 옮긴 것도 그냥 결정한 게 아니었다. 그는 “수석코치, 전력분석팀장하고 얘기했다. 밸런스가 안 좋을 때 내려도 될지. 대신 타순을 내리더라도 ‘너에 대한 그걸(자존심) 건드린 게 아니다, 조금 편안한 상황에서 치라는 인식을 주려고 했다. (한)유섬이도 그렇고, 지훈이도 그렇고 7번으로 가니까 치더라”고 했다.
최지훈은 아직 젊은 선수지만, 3~4년째 주전으로 뛰는 간판 외야수다. 이숭용 감독은 최지훈의 자존심을 꺾고 싶지 않았다. 부진하고 싶어서 부진한 선수도 없고, 감독이 선수의 자존심을 꺾을 이유도 없다. 최지훈으로선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을 위해서라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선수들도 이숭용 감독의 의도를 아니, 자연스럽게 소통이 된다. 이숭용 감독은 “어쨌든 밸런스가 좀 좋아지기 시작하면 다시 원하는 타순으로 가니까. 그런 부분들도 늘 상의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가면서 한다”라고 했다.
오히려 이숭용 감독은 SSG 감독을 맡아보니, 추신수, 노경은, 한유섬 등 좋은 선배가 많아서 좋다고 했다. 그는 “좋은 선배가 있다는 건 팀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SSG 감독 맡고 보니 제일 안심이 된 건 좋은 선배가 많구나. 어떻게 보면 후배들이 고마워해야 한다. 좋은 선배들이 있으면 후배들은 그냥 보고 배울 수 있다. 감독, 코치들도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후배들이 많이 배우면 좋겠다”라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