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볼넷 2개를 골라내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돼 만족스럽다.”
KIA 타이거즈 수비왕 박찬호(29)는 올 시즌 팀에서 리드오프로 가장 많이 출전한 타자다. 그러나 6월 중순부터 서서히 리드오프 출전 비중이 줄어들더니 후반기에는 단 1경기도 1번 타자로 나가지 않았다. 9번타자 4경기, 2번타자 2경기다.
풍요 속의 빈곤이다. KIA 막강타선에 확실한 리드오프가 없다. 타율에 비해 출루율이 높은 이창진이 있지만, 주전이 아니다. 근래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1번으로 많이 나선다. 그러나 경기흐름에 따라 출루에 중점을 두는 현대야구의 1번 타자 스타일과 거리는 있다.
이범호 감독은 애당초 박찬호가 가장 리드오프에 어울린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광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찬호가 출루율 3할6푼 이상 되면 1번타자에 최적화됐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박찬호의 출루율은 14일 광주 SSG전까지 0.351. 괜찮은 수치다. 그러나 출루를 압도적으로 잘 한다고 보긴 어렵다. 흥미로운 건 박찬호가 타순을 떠나 출루율을 높이는 것에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도 2년 연속 3할보다 출루율 향상이 목표라고 했다.
박찬호의 출루율 커리어하이는 2023시즌 0.356. 그렇다면 이범호 감독이 제시한 3할6푼을 기본적으로 생각한다고 봐야 한다. 박찬호는 13~14일 광주 SSG전서 잇따라 볼넷 2개를 골라냈다. 13일 3출루, 14일 4출루로 팀에 큰 보탬이 됐다.
물론 박찬호가 출루율 3할6푼을 돌파하면 이범호 감독이 무조건 리드오프로 쓰겠다고 한 적은 없다. 지금 이범호 감독이 박찬호를 1번으로 쓰지 않는 건 1번 소크라테스의 타격감이 좋고, 박찬호의 체력 안배를 염두에 둔, 일종의 배려 측면이 강하다.
단, 박찬호가 지금처럼 출루에 신경을 쓰는 플레이를 하면 이범호 감독도 만족하는 수준의 새로운 리드오프가 탄생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KIA 타선의 짜임새가 더 좋아질 것이다. 14일 광주 SSG전 1번 소크라테스-2번 박찬호보다, 사실 1번 박찬호-2번 소크라테스가 좀 더 이상적으로 보인다.
박찬호는 “무엇보다 볼넷 2개를 골라내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돼서 만족스럽다, 5안타 경기보다 출루를 많이 하면서 경기에 임했던 점이 더 좋다. 최근 출루에 목적을 두면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고, 투수가 잘 던진 공을 골라내면서 볼넷을 나갔던 것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남은 경기도 이런 모습으로 준비를 하겠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수비 부담이 큰 박찬호에게 휴식을 확실하게 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오히려 수비 응집력을 얘기했다. 출루 이슈와 별개로 수비왕답게 기본적으로 수비 공헌도를 챙기고 가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박찬호는 688⅓이닝으로 리그 수비 최다이닝 9위다. 실책은 11개로 최다 5위. 그는 “시즌 중에 수비 실책이 안 나올 수 없다. 스스로 납득이 되는 실수는 괜찮지만, 그 외적으로 나오는 실수는 용납이 안돼서 매 경기 수비할 때만큼은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라고 했다.
2년 연속 3할에, 작년보다 더 높은 출루율에, 지금처럼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준다면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도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박찬호 이상으로 공수밸런스가 좋은 유격수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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