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대전 심혜진 기자] 타격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많았던 LG 외야수 박해민(33)이 대전에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홈으로 돌아가게 됐다.
박해민은 14일 대전 한화 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서 8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2볼넷 1도루로 활약하며 팀의 8-4 승리에 힘을 보탰다.
2회초 무사 1루서 맞이한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한 박해민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팀이 1-2로 역전을 허용한 가운데 다시 경기를 뒤집는데 일등공신이 바로 박해민이었다.
7회초였다. 선두타자로 나선 박해민이 좌전 안타를 쳐 기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LG는 희생번트 작전을 펼쳤다. 신민재가 번트 자세를 취하자 1루수와 3루수와 달려나왔다. 하지만 공은 빠졌고, 포수 최재훈이 다시 와이너에게 공을 건넸다. 수비수들도 각자 제 위치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이 때 박해민이 2루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뛰기 시작했다. 2루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이도윤이 뒤를 보고 있는 틈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박해민의 도루는 결국 동점의 발판이 됐다. 신민재의 삼진으로 계속된 1사 2루에서 홍창기의 동저 적시타가 나왔다. 흔들린 와이스는 후속 타자 문성주에게 볼넷, 김현수에게 추가 적시타를 허용했다. 구원 투수 이민우가 진화에 나섰지만 LG는 문보경의 희생 플라이, 오지환의 적시타로 7회에만 4점을 보탰다.
지난 2021시즌을 마치고 LG와 4년 총액 60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박해민은 2022년 144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0.289 3홈런 49타점 97득점 24도루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85 6홈런 59타점 80득점 26도루로 좋았다.
그런데 올 시즌은 다르다. 올해 4월까지만 해도 타율 0.290 20도루로 좋았지만 5월부터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타율 0.256 13타점 5도루, 6월에는 타율 0.253 6타점 1도루까지 내려왔다. 7월에는 대전에 오기 전까지 타율 0.048(21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2도루에 그쳤다. 박해민다운 성적이 전혀 아니었다.
결국 염경엽 감독이 나섰다. 대전에 내려오자마자 박해민, 타격 코치와 함께 1시간 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조금씩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해민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서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3회, 5회 타석에서 상대 선발 문동주로부터 중전안타를 쳐냈다. 그리고 13일엔 2회초 첫 타석에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쳤다.
그리고 이날 경기까지 3연전서 타율 0.571(7타수 4안타) 1홈런 1타점 1도루 3득점을 올렸다.
경기 후 만난 박해민은 면담에 대해 “감독님도 오죽 답답하셨으면 그러셨겠나”고 말문을 연 뒤 “1시간 동안 의미 없이 들은 것은 아니다. 감독님께서 말씀 하신 것 중에서 1루 쪽으로 파울이 많이 났다는 것을 귀담아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생각했다. 왜 1루 쪽으로 파울이 많이 날까. 안 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3루 쪽으로 파울 나는게 없더라. 잡아채는 스윙 보다 정확성을 높여야 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다보니 앞쪽으로 중심이 쏠렸었다”라고 돌아봤다..
면담 이후 해결책이 나왔다. 박해민은 “아예 중심을 뒤쪽에 놓고 쳐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니 연습 배팅 때 왼쪽으로 가더라. 그러면서 좋아지겠구나 생각했는데 첫날 문동주라는 정말 좋은 투수를 만나서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면서 자신감도 붙은 게 이번 3연전서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대전 3연전이었다. 박해민은 “수확이 있었다. 이제 후반기로 가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현수 형과 저, 지환이가 살아나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3명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긍정적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힘든 시간은 어떻게 보냈을까. 박해민은 “왜 안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준비는 잘 했다고 생각하는데 결과가 왜 안 좋게 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후반기 시작해서는 결과보다는 야구장에서 재밌게, 신나게 해보자고 했는데 3연전 시작하자마자 결과가 안 나왔다. 감독님과 면담 이후 좋아졌다. 이제 제 야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철인이다. 최근 2년 연속 144경기를 모두 출장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그는 “전반기 때 실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께서 믿고 내보내주신 덕에 이렇게 살아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감사함을 전한 뒤 “수비 못하면 이제 야구 그만해야 한다. 야구가 타격이 전부는 아니다. 팀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수비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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