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포수 강민호(38)가 폭염에도 굴하지 않고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프로야구 포수들이 여름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거운 포수 장비를 착용한 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지속적으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체력적으로 매우 큰 부담이 되어 포수들의 7월과 8월 타격 성적이 다른 포지션보다 떨어지기 쉽다.
2004년 프로야구에 데뷔한 강민호도 여름을 두려워한다. 올해로 21년째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매일 3시간 이상 폭염과 싸우는 것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강민호는 체력적 한계와 포수로서의 고충을 숨기지 않는다.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를 마친 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이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민호는 여름을 두려워하지만 피하지 않는다. 날씨가 뜨거워질수록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자기 관리로 중무장한다. 그 결과, 다른 포수들과는 달리 여름철 타격 성적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10년간 개인 통산 타율 0.280을 기록했으며, 7월 타율은 0.285, 8월 타율은 0.282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7~8월 타율(0.278)은 시즌 타율(0.290)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올 시즌 소속 팀이 선두권 싸움을 펼치면서 강민호는 더욱 빛나는 성적을 내고 있다. 7월 이후 8경기에서 28타수 14안타 4홈런 12타점 타율 0.500의 성적을 냈다. 이 기간 3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 타율 1위, 홈런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불혹을 눈앞에 둔 포수의 여름 성적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14일 두산전에서도 강민호는 팀 승리를 이끄는 결승 홈런을 작렬하며 4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 1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4번 타자 포수의 중책으로 출전한 이날 경기에서 1-2로 뒤진 7회초 공격 2사 1, 2루 상황에서 두산 이영하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결승 3점 역전 홈런을 터뜨렸다. 두산 배터리가 구자욱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낸 뒤 강민호와 승부를 선택했는데, 강민호는 이 선택에 응수하듯 이영하의 초구를 공략해 결정적인 ‘한방’을 만들어냈다.
삼성은 강민호의 홈런에 힘입어 두산을 6-2로 꺾고 단독 2위를 사수했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뽑힌 강민호는 “전반기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타격 성적이) 이제 나오는 것 같다”며 의미 부여는 하지 않았다. 그는 두산 배터리가 구자욱을 거르고 본인과 상대한 것에 대해 “당연히 그렇게 할 것 같았다”라며 “다만 대기 타석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고, 최근 타격감이 좋아서 자신 있게 스윙했다”고 돌아봤다.
이날 강민호의 홈런은 지난 9일에 나온 KIA 타이거즈 최형우(40)의 만루 홈런을 연상케 했다. 당시 최형우는 김도영을 고의4구로 내보내고 자신을 상대한 LG 트윈스를 상대로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이웃 구단 LG와 두산은 5일 간격으로 승부처에서 고령 선수와 대결을 선택했다가 뼈아픈 패배를 맛본 셈이다.
강민호는 “(최)형우 형의 홈런은 내게 큰 감동을 줬다”며 “형우 형과는 나이를 먹더라도 오랫동안 열심히 하자고 자주 대화를 나눴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