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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업적, 더 역대급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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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마이데일리 = 울산 최병진 기자] 성과도, 이별도 역대급이다.

울산은 11일 “홍명보 감독과 상호 계약을 해지하고 이경수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홍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으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 감독의 대표팀 감독 내정 소식을 발표했다.

홍 감독은 2021시즌을 앞두고 울산의 11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울산은 ‘현대가 라이벌’ 전북 현대를 넘어 ‘2인자’에서 탈출하길 원했고 홍 감독과 손을 잡았다. 홍 감독은 울산을 통해 지도자로 K리그에 데뷔하게 됐다.

첫 시즌에 2위를 기록한 홍 감독은 다음 시즌에 마침내 리그 정상에 올랐다. 강원FC와의 37라운드에서 2-1로 승리하며 1위에 올랐고 울산은 17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차지했다.

마침내 리그 우승이라는 염원을 달성한 울산은 다음 시즌에도 정상에 올랐고 홍 감독은 ‘울산 구단 최초 2연패’를 이끈 감독이 됐다. 올시즌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클럽 월드컵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울산에게는 만년 2위’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탈피하고 K리그 최고의 팀으로 등극한 역사적인 순간이며 홍 감독도 우승으로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홍명보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그러한 업적보다 울산과의 결말이 더 역대급으로 남게 됐다.

홍 감독은 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후임 감독 선임 과정에 나선 지난 2월부터 꾸준하게 후보로 언급이 됐다. 외국인 감독 선임이 가장 유력했으나 홍 감독의 이름은 계속해서 등장했다. 그럴 때마다 홍 감독은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며 선을 그었다. 동시에 “울산 팬들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결국 홍 감독은 울산을 떠나 대표팀으로 가는 노선을 택했다.

울산 팬들은 분노했다. 특히 지난 5일에 펼쳐진 수원FC와의 경기를 앞두고도 대표팀 감독 선임 엄무를 대행하고 있는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를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으나 그날 저녁에 이 이사를 만났고 다음날 대표팀 감독직을 승인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결국 고별전이 된 광주FC전에서 울산 팬들은 홍 감독을 향해 직접적인 비판을 가했다. 울산 서포터 ‘처용전사’는 홍 감독이 소개되자 강하게 야유를 보냈다. 또한 선수 입장 시에는 걸개로 분노를 표출했다. “축협의 개 MB”, “명청한 행보”, “우리가 본 최악의 감독”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홍 감독을 비판했고 “홍명보 나가” 콜도 등장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비판하는 걸개를 건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최병진 기자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했던 탓인지 홍 감독은 평소와 달리 그저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봤다. 터치라인에서의 지휘는 코치들이 담당을 했다. 경기 후에 경기장을 돌며 울산 팬들에게 인사를 했지만 야유는 더 커졌고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 이후 너무 힘들었다. 울산은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를 버리기로 했다.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나는 없고 대한민국 축구만 있다”며 국가대표 감독직 수락 이유를 밝혔다. 이어 “울산 팬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다. 얼마 전까지 받던 응원이 야유가 됐는데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울산의 역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에 올랐으나 동시에 또 있어서는 안 될 감독으로 남게 된 홍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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