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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KFA)의 홍명보 감독 선임을 놓고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홍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나 자신을 버렸다”며 “축구 인생 마지막 도전”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홍 감독은 10일 밤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전(0-1 패) 이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발언 내용보다 더 주목을 받은 건 울산 팬들이 꺼내놓은 플래카드 문구였다. 울산 팬들은 런명보, 피노키홍 등 말 바꾸기로 대표팀 감독을 수락한 홍 감독을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감독 선임 작업에서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낸 협회의 오락가락 행보에 애꿎은 홍 감독까지 싸잡아 비판을 받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다. 협회는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 박주호를 법적 대응하겠다고 해 파문을 확산시키는 등 유래 없는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모든 문제의 본질은 끊임없는 실수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 협회의 헛발질은 한두 번이 아니다. 협회는 지난 2월 아시안컵 4강 탈락 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책임을 물었고 위약금 약 100억원을 떠안았다. 이는 외국인 감독 선임의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했다. 급한 김에 올림픽 본선 진출의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던 23세 이하 황선홍 전 감독을 호출해 대표팀 지휘봉을 임시로 맡겼는데 에너지를 허비한 황선홍호는 40년 만에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이때 역시 협회의 대응은 사과문 달랑 하나 발표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 사이 여론은 계속 나빠졌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국내파인 홍 감독이 임명되면서 또 한 번 유래 없는 후폭풍에 직면했다.
누군가 책임지지 않으면 협회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도 여론의 질타를 면치 못할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답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에 있다는 목소리가 축구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당사자인 정 회장은 여전히 협회를 장악하고 있는데다 거듭된 사퇴 여론에도 꿈쩍 않고 4선 연임을 바라보고 있다. 보다 못한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지난 1일 “정 회장은 축구인들에게 책임만 지우고 회장 명의의 어떠한 입장표명도 들을 수 없었다”며 “정 회장이 더 이상 본인의 치적과 4선 연임을 위해 축구인을 들러리나 소모품으로 활용하고 폐기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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