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투수에서 상대 팀 타자가 말을 걸었다. 그러자 투수는 글러브로 타자 머리를 때리며 응수했다.
티격태격, 자칫 신경전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1.2위 팀 간의 맞대결답게 평일 경기임에도 잠실구장은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찼고 양 팀은 선발 투수의 호투 속에 팽팽하게 경기를 이어갔다.
치열한 승부만큼 선발 등판한 KIA 양현종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경기는 양현종의 400번째 선발 등판 경기였기 때문이다. 이날 등판으로 KBO리그 역대 최초로 선발로만 400경기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됐다. 그리고 KBO리그 역대 3번째 11시즌 연속 100이닝 돌파 기록까지 달성했다. 비록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는 5이닝 1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LG도 양현종의 기록을 알고 있었다. 특히 KIA에서 함께 배터리로 활약한 박동원은 양현종의 기록 달성이 기뻤다. 경기 중 상대 투수와 이야기를 나누기 힘든 상황이지만 기회가 찾아왔다.
4회말 2사 후 박동원은 양현종의 5구째 132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익수 왼쪽 2루타를 쳤다. 그리고 김현수의 좌익수 플라이 때 3루를 밟고 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순간 마운드를 내려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양현종과 마주쳤다. 박동원은 양현종에게 400경기 선발 등판과 11시즌 연속 100이닝 기록을 축하하며 장난쳤고, 양현종도 박동원의 머리를 글러브로 치며 화답했고, 두 선수의 얼굴에는 미소로 가득 찼다.
지난 2022년 양현종은 박동원과 배터리를 이루며 30경기 175 1/3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3.85를 기록했다. 양현종은 미국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첫 해 박동원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당시 박동원은 KIA 이적 첫날부터 양현종과 호흡을 맞췄고 공격에서 홈런을 치는 등 맹활약했다.
당시 두 선수는 좋은 호흡으로 승승장구했던 배터리였다. 비록 지금은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적으로 만났지만, 기록을 챙겨주며 축하해주는 모습으로 여전한 우정을 과시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KIA는 0-2로 패색이 짙어진 9회초 2사 후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기어이 연장 10회초에 경기를 뒤집으며 5-2 승리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이틀 연속 승리를 거둔 KIA는 5연승을 달리며 2위와의 간격을 더 벌렸고, 6할 승률(0.602)에도 복귀했다.
[LG 박동원이 KBO리그 최초 400경기 선발 등판과 11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 투구한 KIA 양현종을 축하하며 장난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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