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그렇게 쉽게 죽을 줄 몰랐는데…”
한화 유격수 이도윤이 공수에서 북 치고 장구 친 날이었다. 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 1득점했다. 결승타와 쐐기타에 결정적 호수비로 팀의 최하위 추락 위기를 막았다.
특히 0-0이던 5회초 2회 1,2루서 키움 선발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상대로 터트린 2타점 우측 결승 2루타가 임팩트가 있었다. 타구가 우중간을 향했지만 깊숙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코스가 좋았고 잘 맞았다. 키움 우익수 이형종이 다이빙캐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2사라서 주자 2명 모두 홈을 밟을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런데 이도윤은 1루 주자의 득점을 돕기 위해 보이지 않는 팀 플레이를 했다. 누가 봐도 무리였는데 2루를 밟고 3루까지 뛴 것. 결국 이도윤은 3루에서 허무하게 아웃됐다.
그러나 이도윤이 아웃되기 전에 주자 2명 모두 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이도윤으로선 제 몫을 100% 해낸 순간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도윤은 약간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슬쩍 웃더니 “그럴 줄 알았으면 3루까지 안 가도 됐다”라고 했다.
실제 1루 주자 하주석, 2루주자 이상혁 모두 비교적 여유 있게 홈을 파고 들었다. 이형종이 타구를 놓친 뒤 키움 중견수 장재영이 타구를 재빨리 수습했으나 타구가 그라운드에 떨어진 순간 수비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도윤은 1루를 지나 2루로 향하고 있었고, 자신의 등 뒤에서 일어난 상황이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 어쨌든 이도윤은 3루 코치의 지시가 아닌 자신의 판단으로 3루에 들어갔고, 아웃됐다. 그러나 주자들이 너무 쉽게 들어갔다며, 2루에서 머물러 있는 게 좋았을 뻔했다는 약간의 후회(?)였다.
이도윤은 “투수가 너무 좋은 투수였고, 승부를 길게 가져갈수록 불리할 것이란 생각에 빠른 볼카운트에 승부를 보고자 했다. 좀 과감하게 돌렸던 것 같다. 베이스를 밟고 돌렸는데 주석이 형이 얼마 못 간 걸 봤고, 김혜성 선수가 공을 갖고 있어서 ‘이거 (하주석까지)홈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나한테 송구를 유도하려고 3루까지 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웃더니 “그냥 안 뛰어도 됐다. 안 좋은 분위기로 이닝이 마무리됐다. 그 다음 첫 타자에게 안타를 또 맞았잖아요. 이거 ‘큰일났다’ 하고 있다가 잘 해결돼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쉽게 죽을 줄 몰랐는데 너무 쉽게 죽어서 좀 어색했다”라고 했다.
이도윤으로선 하주석이 생각보다 쉽게 홈으로 들어간 반면, 자신은 3루에서 비교적 쉽게 아웃되니 허무했을 수 있다. 그래도 이도윤은 주루코치에게 직접 이런 얘기를 하니 이해했다는 후문. 그는 “그런 판단이었다면 괜찮았다고 했는데 내일 다시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사실 별 얘기 아닌데 진지하게 얘기해 빵 터진 감이 있었다. 그렇게 이도윤이 한화의 진짜 주전 유격수가 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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