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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또다시 절차상 투명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비난의 화살이 정몽규 회장에게로 향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5개월 동안 돌고 돌아 급작스럽게 홍 감독을 선임한 것은 정 회장 체제가 가진 본질적 한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력강화위원회 등 표면적 시스템도 결국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감독 선임 작업에서 ‘전권’을 받은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홍 감독의 면접을 진행하지 않은 사실을 에둘러 인정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이 이사는 전날 언론과 인터뷰에서 홍 감독을 면접하는 대신에 “간곡히 부탁을 드린 것이 맞다”고 말했다.
홍 감독에 관한 정보는 충분했다고 하지만 공식적인 면접이 없었다는 점에서 축구협회는 절차상 문제를 또다시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는 지난 8일 홍 감독 선임 발표 때도 “전력강화위원회를 소집해야 하지만 외부로 알려지는 게 두려웠다”며 절차를 생략한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어 축구팬들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발표 때 “클린스만 선임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을 선임할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고 말했지만, 클린스만은 정 회장과 먼저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감독선임위원회, 전력강화위원회 등 위원회가 작동하지만 감독을 고르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이번 홍 감독 선임에 앞서 갑자기 사퇴하기도 했다.
당초 국내 감독을 언급했다가 팬들이 비판이 나오자 외국인 감독으로 방향을 선회했던 축구협회가 결국 홍 감독을 선임하자 미리 답이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 축구 국가대표 이천수는 지난달 유튜브 영상에서 “결국 신태용이나 홍명보 감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예상이 맞은 셈이 됐다.
절차적 투명성 외에 축구협회의 행정력과 재정적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손흥민과 같은 세계적 선수가 나오면서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데리고 올 수 있는 감독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때마다 수많은 세계적 명장들의 이름이 언급되지만 실제 선임으로 이어진 경우는 정몽규 회장 체제하에선 한 차례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선 ‘돈’이 아니면 어렵다면 역설적으로 정 회장의 수완이 더 발휘됐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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