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헌신 타령’이 또 등장했다.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8일 홍명보 울산 HD 감독의 축구대표팀 감독 부임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이사는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이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라고 밝히며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이사는 전술, 리더십, K리그 선수 발굴, 성과, 9월에 시작될 월드컵 3차 예선 준비, 대표팀 운영 경험, 시간, 국내 체류까지 총 8가지의 선임 기준을 바탕으로 왜 홍 감독이 선임됐는지 설명했다.
좀처럼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가득했다. 울산의 빌드업과 기회 창출, 전술 등은 높게 평가하면서 외국인 감독들의 빌드업이나 압박 축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전했다.
또한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을 위해 홍 감독에게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감독은 9월에 시작될 3차 예선까지 전술적인 색을 입히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설명 과정에서 모순이 계속됐다.
브리핑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긋지긋한 ‘헌신’이 또 등장했다.
이 이사는 “5일 저녁에 홍 감독을 만났다. 홍 감독이 절차상 온 거냐, 그 안에서 얼마나 나를 평가한 거냐 물었고 그에 대해 답변을 했다. 이어 홍 감독이 왜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해 줘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헌신은 축구협회가 설득 시에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한국 축구를 위하는 마음을 가져달라는 ‘읍소’는 축구협회의 K리그 감도 빼오기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됐다.
이번에는 더욱 구체적이었다. 홍 감독에게 ‘축구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동시 발전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외국인 감독이 아닌 왜 홍 감독이어야 하는지를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준 부분이다.
감독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시기에 축구협회는 또 헌신을 요구했다.
진정으로 대표팀의 시스템을 위해 홍 감독이 필요했다면 홍 감독의 능력을 설명하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과거를 반복했다. 헌신, 명예, 영광 등 온갖 좋은 단어를 붙여 합리성을 찾았다.
홍 감독 또한 ‘헌신’을 변명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미 많은 울산 팬들은 홍 감독에게 등을 돌렸다. 특히 “이 이사를 만날 생각이 없다”고 말한 당일 저녁에 이 이사와 논의를 했고 이틀 만에 승낙을 하면서 2연패를 이룬 명장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 거절할 수 없었다’는 홍 감독의 답변을 예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표팀 감독을 하고 싶었다’, ‘과거의 실패를 극복하고 싶다’ 등 오히려 솔직한 모습이 보다 나은 평가를 받는 시대에서 진부한 변명이 반복되기 직전이다.
‘헌신 타령’ 없는 브리핑은 언제쯤 가능한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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