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광화문 최병진 기자] 또다시 붕괴된 시스템 속에서 감독이 선임됐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 8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의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부임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축구협회는 하루 전인 7일에 홍 감독 내정 사실을 발표했고 브리핑을 예고했다.
이 이사는 브리핑을 통해 감독 선임 과정과 축구협회의 기준에 대해 밝혔다. 이 이사는 전술, 리더십, K리그 선수 발굴, 성과, 9월에 시작될 월드컵 3차 예선 준비, 대표팀 운영 경험, 시간, 국내 체류까지 총 8가지 기준을 근거로 홍 감독 선임을 설명했고 해당 조건이 외국인 감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이다. 출구협회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12조 2항에 따르면 대표팀의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해당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먼저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감독 선임 도중에 사퇴를 한 뒤 이 이사가 감독 선임을 맡는 과정부터 정상적이지 않았다. 기술위원회는 17세 이하 대표팀만 관여할 수 있고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대한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선임 권한이 없는 사람이 해당 업무를 맡은 것이다. 이 이사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기술 파트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밝혔지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 이사는 해당 권한을 부여 받은 뒤 전력강화위원회 화상 회의를 추진했으나 4명의 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전력강화위원회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이사는 회의에 참석한 5명에게만 반쪽자리 동의를 받고 감독 선임에 나섰다. 나머지 위원들의 의견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홍 감독 선임도 사실상 통보였다. 이 이사는 두 명의 외국인 감독과 홍 감독까지 3명의 최종 후보와 미팅을 가졌다. 후보에 있는 감독들과 접촉한 후에는 전력강화위원회의를 통해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결정하는 게 상식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이 이사는 “홍 감독을 만난 뒤에 회의를 해야 했으나 그러면 언론에 해당 내용이 보도될 것 같아 두려웠다. 고심 끝에 홍 감독이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고 5명의 위원들에게 ‘내가 최종 결정을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리고 홍 감독을 선택했다. 나의 최종 결정이며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스스로 독단적인 선택에 이어 절차를 어겼다고 밝혔다.
한국 축구는 이미 클린스만 사태를 통해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의 감독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험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도 전력강화위원회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독단적인 선택의 결과물이었다. 홍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고 어떤 성과를 낼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홍 감독 선임도 절차와 과정이 무시된 클린스만 감독 때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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