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아픔을 되새기며 홍명보 감독이 10년 만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2022년 10월 K리그 대상 시상식이 끝난 후,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회고하며 “축구 인생에서 가장 아끼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저는 감독으로 실패했지만, 이 역시도 제게는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2013년 6월, 최강희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지도자 경력 중 최악의 시기를 겪었다. 당시 그는 2012 런던 올림픽 멤버 12명을 최종 명단에 포함시키며 ‘의리 논란’에 휩싸였고,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탈락했다. 이후 1년간 5승 4무 10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2014년 7월 사퇴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홍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국가대표팀을 이끌 기회가 찾아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난 2월 경질된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사령탑을 찾지 못해 고심하던 중, 7월 7일 홍 감독을 신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번에 홍 감독이 맡은 임무는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5개월간 약 100명의 외국인 지도자를 검토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협회와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지도자는 비쌌고, 몸값을 감당할 만한 인물은 경력 등이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홍 감독이 협회의 제안을 수락했다.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 이후, 홍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1의 명문 구단 울산 현대에서 지도자로서의 체급을 다시 키웠다. 2017년부터 축구협회 전무로 일한 후 2020년 말 울산의 지휘봉을 잡으며 현장에 복귀했다. 2021시즌, 울산은 전북 현대와 치열한 경쟁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2022시즌에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17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홍 감독은 이 시즌 감독상까지 수상하며 다시 명장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았다. 2023시즌에도 울산은 홍 감독 체제로 또 한 번 우승을 달성했고, 홍 감독은 ‘감독상 2연패’를 이루며 국내 최고 지도자의 입지를 굳혔다.
홍 감독의 카리스마와 팀 관리 능력은 울산 선수단 내분을 비롯한 각종 잡음을 잠재웠다. 그의 장점은 전술적인 측면보다는 선수단을 장악하고 단합시키는 능력에 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유럽 명문 구단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에서도 이러한 장점이 발휘될지 주목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전술 역량보다는 선수단을 단합시키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결국 (대표팀 감독은) 한 팀을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전술적인 부분은 자기들(코칭스태프)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의 복귀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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