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 이름을 활용하려고 했는데…”
KIA 타이거즈 수비왕 박찬호(29)가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관중이 환호했다. 귀엽고 예쁜 딸이 아빠를 배웅하러 나왔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딸은 작년 연말 시상식에서도 팬들에게 큰 화제가 됐다.
박찬호는 올스타전을 앞두고 못내 아쉬운 말투로 “딸을 이용하는 것으로 끝내려고 한다”라고 했다. 올스타전을 맞이해 기획한 퍼포먼스가 따로 있었는데, 팀에서 반대해 공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딸의 깜짝 등장으로 팬들은 뒤집어졌지만, 사실 박찬호에겐 ‘플랜B’였다.
그렇다면 박찬호는 올스타전서 뭘 하고 싶었을까. 투수였다. 박찬호는 KBO를 대표하는 공수겸장 유격수이자 수비왕이다. 그러나 ‘원조’ 박찬호(51)는 투머치 토커이자 코리안특급이다. 박찬호가 대선배 박찬호를 따라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박찬호처럼 마운드에 올라 던져보고 싶었을 뿐이다.
박찬호는 5일 올스타 홈런더비서 박동원(LG 트윈스)에게 공을 던져주는, 배팅볼투수로 변신했다.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올스타전서 비디오판독 상황이 나오자 류지혁(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현장 심판진 대신 직접 헤드셋을 썼다.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박찬호는 “내가 준비한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생각했던대로 안 됐다. 내 이름을 활용하려고 했다. 세게 던져보고 싶었다. 마운드에 오르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어차피 우리가 (정)해영이도 못 나가고 하니”라고 했다.
야수가 갑자기 마운드에 오르면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팀에선 당연히 말릴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이 반대했다는 후문. 그러나 공을 던지는 것 자체는 크게 반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마운드에서의 퍼포먼스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는 올스타전서 4타수 2안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미스터 올스타 등의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전반기도 잘 보냈다. 75경기서 305타수 91안타 타율 0.298 2홈런 30타점 47득점 14도루 OPS 0.709 득점권타율 0.321. 가장 욕심을 내는 개인기록은 출루율(0.342). 리그 탑클래스는 아니지만, 충분히 괜찮다.
후반기 역시 수비왕 박찬호의 중요성, 존재감은 대권을 향해 달려가는 KIA에 절대적이다. 유격수 골든글러브 레이스에서 가장 앞에서 달리지만, 박찬호의 목표는 철저히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맞춰져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