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김택연, 최지강, 이병헌의 힘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
현역 시절 KBO리그에서만 1906경기에 출전해 2156안타 467홈런 1498타점 1355득점 타율 0.302 OPS 0.961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기며 ‘국민타자’로 불렸던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처음 두산 베어스의 지휘봉을 잡고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초보 사령탑’이었지만, 지난해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두산의 성적은 42승 1무 36패 승률 0.538로 리그 3위에 해당됐다. 후반기 조금씩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두산을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올해도 두산의 전반기는 뜨거웠다. 두산은 올스타브레이크 전까지 36승 2무 39패 승률 0.541(3위)의 성적을 남겼다. 두산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해보다 더 뛰어난 성적이다.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의 ‘원·투 펀치’가 부상과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온전히 지키지 못했고, 한때 타격 1위를 질주하고 있던 허경민 또한 부상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는 등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그 배경엔 지난해보다 좋아진 ‘화력’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허리’의 힘이었다.
지난해 전반기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3.89로 매우 좋았다. 하지만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4.36으로 리그 6위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전반기 불펜의 평균자책점이 3.96으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올해 ‘뒷문’을 확실하게 지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철원이 상수가 아닌 ‘변수’로 바뀌게 됐고, ‘믿을맨’ 김명신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이후 크게 부진하고 있으나, 그 자리에 이병헌과 최지강, 김택연까지 ‘뉴페이스’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을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던 이병헌은 데뷔 첫 시즌 9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36경기에 나섰으나, 5홀드 평균자책점 4.67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두산 불펜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이병헌은 전반기에만 45경기(38⅓이닝)에 나서 5승 무패 8홀드 평균자책점 3.05의 성적을 손에 넣으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는 중이다. 원포인트는 물론 필요할 때에는 4~5개의 아웃카운트까지 책임질 수 있는 ‘카드’로 거듭났다.
2022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최지강도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지난해 25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하는 등 ‘파어이볼러’로서 임팩트를 남겼던 최지강은 올해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장착하면서 43경기(38⅓이닝)에 나서 3승 1패 1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2를 기록 중이다. 이병헌과 함께 리드를 유지한 채 마운드를 마무리 투수에게 전달하는 ‘셋업맨’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지난해까지 불안 요소였던 제구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급유망주’ 김택연은 괜히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과 일본프로야구 야마카와 호타카(소프트뱅크 호크스), 일본 기자들이 칭찬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었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 김택연은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4월 8경기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1.93으로 정상궤도에 올라섰고, 5월 하순부터는 ‘클로저’ 자리를 꿰찼다. 올해 전반기 성적은 2승 4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2.35로 무럭무럭 성장해 나가고 있다.
현재 이병헌-최지강-김택연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필승조는 10개 구단에서도 가장 강력한 편에 속한다. 이승엽 감독은 전반기를 결산하는 과정에서 유망주들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맘껏 드러냈다. 사령탑은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최상의 전력으로 한 번도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크고 작은 부상과 외적인 부분으로 인해 힘든 전반기를 보냈는데,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해줘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 최지강, 이병헌까지 이 세 선수들의 힘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베테랑들도 어린 선수들도 호흡을 잘 맞춰줬다. 그 조화가 잘 이뤄졌다”며 “김택연과 최지강, 이병헌이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해줬다”고 극찬했다. 한 명의 선수가 아닌 세 명의 선수를 전반기 MVP로 꼽았던 것이다.
김태연, 최지강, 이병헌까지 세 명의 선수가 모두 나무랄데 없는 성적을 거뒀으나, 그중에서도 한 명을 선택하라면 김택연인 것은 분명했다. 프로 경험이 없는 선수가 ‘마무리’까지 꿰찼기 때문이다. 사령탑은 “김택연이 언젠간 마무리로 갈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은 해왔는데, 그것보다 빨리 마무리 자리에 올랐고,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 지금보다 더 긴박한 상황에서,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때 김택연과 최지강, 이병헌이 너무 많은 이닝과 경기에 나선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철저한 관리 속에서 이들에게 가는 부담을 많이 줄여냈다. 세 명 모두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전반기의 좋은 흐름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지금의 모습이 이어진다면, 향후 두산의 불펜은 리그에서도 최상위권으로 군림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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