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1군이 10배는 더 긴장 되더라”
정현수는 지난 2024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기도 전부터 많은 야구 팬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이유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했던 까닭. 당시 ‘야신’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받은 정현수는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친 끝에 신인드래프트에서 ‘고향팀’ 롯데의 지명을 받는 기쁨을 맛봤다.
올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정현수는 3월 두 경기에서 1홀드를 기록하는 등 개막 이후 5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친 끝에 4월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 앞서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이튿날(11일) 첫 등판의 기회가 찾아왔다. 최강야구에서 갈고 닦았던 실력을 뽐낼 차례. 하지만 0-2로 근소하게 뒤진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던 정현수의 투구 내용은 조금 아쉬웠다.
정현수는 첫 타자 김재상을 상대로 단 한 개의 스트라이크도 던지지 못한 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게 됐고, 곧바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근소한 격차였던 만큼 무실점으로 이닝을 매듭짓는 상황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쉬운 투구를 남겼던 것. 롯데는 정현수를 빼고 정우준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는데, 정현수의 볼넷이 시발점이 돼 롯데는 해당 이닝에만 2점을 내주면서 추격의 의지가 꺾이게 됐고, 0-4로 무릎을 꿇었다. 승계주자의 득점으로 인해 정현수는 아웃카운트를 만들지도 못한 채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결국 정현수는 아쉬운 투구 속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가게 됐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정현수는 불펜 투수로 5경기에서 1승 3홀드로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등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총 17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3.47의 성적을 남겼고, 이내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허리’가 헐거워진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이 한현희를 불펜 투수로 돌리면서, 정현수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힌 까닭.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22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한현희의 불펜 이동 소식을 전하면서 “정현수가 올라왔다. 정현수를 한 번 써보려고 한다”며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는 구속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보여준 것이 없었다. 그래도 2군에서 계속 좋은 보고가 올라오더라. 1군에서 떨리는 것을 이겨내야 한다. 중간으로 쓰기에는 여유가 없기 때문에 선발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써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 데뷔 첫 1군 등판보다는 나았지만, 두 번째 등판에서도 아쉬움을 완벽하게 털어내진 못했다. 정현수는 지난달 23일 키움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2⅓이닝 3피안타 5사사구 3탈삼진 1실점(1자책)의 성적을 남겼다. 2군에서도 볼넷이 많은 편이었는데, 당장의 결과물이 필요한 1군에서는 제구에 대한 아쉬움이 더 짙게 남는 등판이었다. 이에 정현수는 다시 2군으로 내려가게 됐지만, 퓨처스 올스타로 선정되는 등 차곡차곡 경험치를 쌓으며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지난 5일 퓨처스 올스타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정현수는 “올스타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각 상황마다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내다보면 이렇게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야구를 해왔고, 그렇게 하다 보니 초대를 받게 된 것 같다”고 웃으며 “팬분들께서 ‘대학 때부터 응원을 했다’는 등의 말씀을 해주시더라. ‘야구가 잘 안될 때도 이렇게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구나’라는 것을 생각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2군에서의 성적은 1군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성적. 하지만 1군에서는 기량을 뽐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 1군 등판 이후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정현수는 “처음에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던지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을 때 ‘후회가 남는 투구를 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느꼈다. 때문에 정말 엄청 준비를 열심히 했다. 준비를 잘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따라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어 정현수는 “많은 관중으로 인한 영향은 없었다. 어차피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다만 긴장을 많이 했다. 그 긴장이 좋은 결과로 나왔어야 되는데, 혼자 너무 급했던 것 같다”며 “이번(키움전 이후)에 2군으로 내려가게 됐을 때는 그만큼 부족한게 있어서 내려가게 됐으니, 부족한 것을 보완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강야구에도 출연했으나, 1군 등판이 더욱 떨린다는게 정현수의 설명. 그는 “(최강야구와 1군은) 너무 다르다. 다들 ‘똑같지 않냐’라고 하시는데 너무 다른 것 같다. 1군이 10배는 더 긴장이 되는 것 같다. 스스로 긴장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화면을 보니 엄청 긴장을 했더라. 첫 삼진을 잡은 뒤에 공을 빼야 된다고 했는데, 그런 정신도 없었다”고 웃으며 “이렇게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군에서의 결과물은 좋지 않았지만,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정현수는 “2군으로 내려갈 때 코치님들께서 ‘연습을 잘하고 있으면 다시 올라갈 수 있으니 기죽지도 말고, 무너지지도 말아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1군에 올라갔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내게 자리가 생기더라도 그 자리가 평생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야구를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 시즌 정현수의 목표는 다시 1군 무대를 밟고 자신이 가진 장점을 뽐내는 것이다. 그는 “(장)원삼 선배님께서 ‘야구 똑바로 해라’, (신)재영 선배님은 ‘다 그렇게 크는 거다’고 해주시더라. 나중에는 정말 웃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올해 가장 큰 목표는 1군에서 팬분들이 기대하셨던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항상 야구를 잘할 순 없지만,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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