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이 제10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대회에서 36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원성진 9단은 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8강전에서 중국의 셰커 9단에게 276수 끝에 흑 불계패를 당했다.
원성진은 상변 전투에서 불리해진 이후 하변 패싸움에서 바꿔치기를 시도하며 형세 반전을 꾀했으나, 셰커의 노련한 방어망을 뚫지 못하고 패배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전원이 탈락하며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하게 되었다.
앞서 16강전에서는 신진서 9단, 박정환 9단, 신민준 9단, 김진휘 7단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모두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과거 9번의 응씨배 대회에서 6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최다 우승국의 자리를 지켜왔으나, 1988년 대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실패하는 이변을 맞았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대만과 일본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다. 대만의 쉬하오훙 9단은 8강전에서 중국의 리친청 9단과 325수의 접전 끝에 백 반집승을 거두며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응씨배 4강에 진출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는 쉬하오훙의 활약이 돋보였다.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도 중국의 쉬자양 9단을 꺾고 4강에 합류했다. 일본 기사로서 오랜만에 응씨배 4강에 오른 이치리키의 성과는 일본 바둑계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4강전에서는 셰커 9단이 쉬하오훙 9단과, 커제 9단이 이치리키 료 9단과 맞붙을 예정이다. 4강전은 저장성 닝보로 장소를 옮겨 6일부터 3번기로 진행된다.
응씨배는 ‘전만법(塡滿法)’으로 불리는 독특한 룰을 채택하고 있으며, 덤은 8점(7집 반)이다. 우승 상금은 40만 달러(한화 약 5억5천만원), 준우승 상금은 10만 달러로, 세계 프로 바둑 대회 중에서도 높은 상금을 자랑한다.
사진 =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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