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가 다승왕만 배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타격왕 배출도 가능하다.
최하위 팀에서 다승왕과 타격왕을 배출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거의 없다. 21세기 들어 꼴찌팀 다승왕은 2001년 손민한(롯데 자이언츠, 15승)이 유일했다. 2010년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1점대 평균자책점에 탈삼진왕에 올랐으나 다승은 2위(16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렇다면 타격왕은 어떨까. 역대 두 차례밖에 없었다. 우선 2007년 이현곤이다. KIA 타이거즈 외야 수비코치로 재직 중인 이현곤 코치는 당시 타율 0.338로 ‘양신’ 양준혁(삼성 라이온즈, 0.337)을 1리 차로 제치고 타격왕에 올랐다.
당시 KIA가 최하위에 그쳤지만, 통산타율 0.272의 이현곤 코치는 제법 힘을 냈다. 해당 시즌 외에 3할을 한번도 못 쳐봤지만, 2007년 이현곤 코치는 KIA 팬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이현곤 코치는 NC 다이노스를 거쳐 KIA로 돌아와 지도자 생활을 이어간다.
그리고 2012년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다. 역대 최고의 중장거리, 교타자 중 한 명인 김태균 해설위원은 2012년 타율 0.363으로 강정호(넥센 히어로즈, 0.314)을 여유 있게 제치고 타격왕에 올랐다. 통산타율 0.320을 자랑하는데 타격왕은 의외로 2012년 딱 한번만 해봤다. 대신 타격 2위 두 차례 포함 타격 탑5에 무려 7차례 들었다.
12년이 흘렀다. 그 사이 꼴찌팀은 타격왕도 다승왕도 배출하지 못했다. 전력이 약한 팀도 에이스가 있고 가장 정확한 타격을 하는 타자가 있지만, 리그 1위를 차지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타격은 개인의 영역이라 상대적으로 팀 순위와 무관하지만, 그래도 많지 않았다.
올해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10개 구단 모든 투수 중에서 10승에 가장 먼저 도달했다. 전반기 유일한 10승 투수다. 2001년 손민한에 이어 23년만에 꼴찌팀 다승왕 타이틀에 도전한다.
타격도 로니 도슨이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와 0.361로 공동 1위다. 에레디아가 줄곧 1위를 지켜오다 6월 들어 도슨이 역전했다. 단, 도슨이 2~3일 고척 LG 트윈스전서 8타수 1안타로 주춤한 사이 에레디아에 공동 1위를 허용했다. 에레디아는 현재 종아리 부상으로 1군에서 빠진 상태다.
도슨은 10개 구단 외국인타자 최저 연봉자다. 그가 올해 타격왕에 오를 경우 12년만에 나오는 역대 세 번째 꼴찌팀 타격왕으로 기록된다. 이미 작년 대체 외국인타자로 들어올 때부터 남다른 적응력과 컨택능력을 선보였다. ABS 시대에도 도슨의 고감도 타격은 전혀 문제없다. 교타자에 가깝지만, 좌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 생산능력도 좋다.
어쩌면 변수는 에레디아 및 팀 동료 송성문의 추격이 아니라, 키움의 후반기 탈꼴찌다. 전반기 막판 6연승을 내달리면서 9위 한화 이글스를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당장 이날 LG를 잡고 한화가 대전 KT전을 지면 순위가 뒤바뀐다. 단, 여전히 10개 구단 전체적인 전력구성을 볼 때 키움이 유력한 최하위 후보인 건 맞다.
도슨이 타격왕에 도전할 정도로 야구를 잘 하는 건 남다른 적응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대급 파워E 외국인선수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마라탕후루 댄스를 춘다면 믿을 수 있나. 아예 제대로 판이 깔린다. 5~6일 올스타전 기간에 도슨이 응원단석에서 응원단장, 치어리더들과 함께 응원하는 시간을 잠시라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도슨은 몇 차례 “올스타전에서 춤은 무조건 출 것이다. 그리고 응원을 꼭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5~6일 인천SSG랜더스필드를 찾은 팬들은 요염하게 마라탕후루 댄스를 추는 도슨을 직관할 기회를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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