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출루율이 제일 중요하다.”
KIA 타이거즈 ‘수비왕’ 박찬호(29)는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3할 타율은 작년에 처음으로 해봤으니 더 이상 욕심이 없다고 했고, 골든글러브는 애를 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자신이 경기에 나가지 않아도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던 박찬호. 그가 딱 하나 얘기했던 건 출루다. 팀을 위해 자신의 출루가 중요하다면서, 그것만 신경 쓰고 야구하겠다고 했다. 이를 전해들은 이범호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전반기가 딱 1경기 남았다. 박찬호는 74경기서 300타수 91안타 타율 0.303 2홈런 30타점 47득점 14도루 장타율 0.373 출루율 0.348 OPS 0.721 득점권타율 0.329. 충분히 좋은 성적이다. 2년 연속 3할이 가능하고, 건실한 수비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627⅓이닝 동안 11실책이다. 유격수 최다이닝 2위다.
본인의 말과 달리 3할과 골든글러브도 충분히 가능한 페이스다. 그 자체가 타격과 수비를 갖춘 유격수라는 얘기다. 부상 방지 및 체력 관리를 위해 도루를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으려는 느낌도 든다. 팀에서도 발 빠른 박찬호나 김도영에게 굳이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박찬호가 말한 출루율은 어떨까. 0.348로 리그 42위다.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팀에서도 김도영(0.405), 이우성(0.392), 최형우(0.361), 최원준(0.351), 소크라테스 브리토(0.350)에 이어 6위다. 커리어하이를 찍은 2023시즌 0.356보다 약간 떨어진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범호 감독도 스프링캠프 당시 박찬호가 지금 수준의 출루율을 유지해줘도 충분하다고 했다. 9번이나 1~2번으로 나가는 박찬호가 출루율을 높이면 당연히 좋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미 수비에서 팀 공헌이 가장 높은 선수다. 체력 소모가 가장 심한 포지션인데 3할 타율을 지키는 것도 고무적이다. 오히려 이범호 감독은 박찬호에게 간혹 휴식을 주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런 박찬호는 사실 타격 그래프의 등락은 큰 편이다. 이범호 감독은 적절한 타순 조정을 통해 팀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하거나 통제한다. 박찬호는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2볼넷과 2안타로 4출루 경기를 했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출루다.
특히 3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볼넷으로 출루하자 김선빈과 소크라테스의 안타로 직접 득점한 게 최고의 장면이었다. 과거 타격이 서툴렀을 땐 삼진을 많이 당했지만 이젠 삼진을 많이 당하지 않는다. 안타 생산에 눈을 떴듯 출루율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3할에 골든글러브를 바라볼 수 있는 공수겸장 유격수에게 묵묵한 선수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화려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유격수이자 조력자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KIA가 전반기에 1위를 지킨 건 박찬호가 늘 그 자리에서 익숙한 역할을 잘 해준 덕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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