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를 통해 지급되는 종목 및 지방 체육회 예산을 직접 교부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유인촌 장관은 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 송윤석 문체부 체육협력관,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체육 분야 주요 정책 및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준비 현황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체육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각 체육 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예산을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교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연간 약 4200억 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대한체육회에 지급하고, 체육회는 이 예산을 각 산하 기구에 배분해왔다.
예산 배분권에 대한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 장관은 지난달 김연경 등 여자배구 국가대표 은퇴선수 간담회에서 “대한체육회 중심의 체육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진단과 함께 문체부가 종목 단체 등에 직접 예산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시스템 개혁을 예고했다.
또 “체육회의 예산 집행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개선 방안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직접 교부에 대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자 직권 남용”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국민체육진흥법 33조에는 대한체육회가 ‘경기단체의 사업과 활동에 대한 지도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논란’에 대해 문체부는 법 집행과 해석의 권한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정우 체육국장은 “대한체육회에서 국민체육진흥법 33조를 언급했는데 법을 집행하고 해석하는 권한은 정부 부처에 있다. 정부는 법령을 정확히 해석하고 집행하는 곳”이라며 “문체부가 현행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다.(직접 교부가)맞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체육이 겪고 있는 위기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인 예산 편성권으로 한국 체육이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문체부는 더 각론적이고 세련된 방식의 종목별·지역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문체부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2024 파리올림픽’ 이후 구체적인 집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유인촌 장관은 대한체육회가 지방체육회와 종목단체 등 산하 단체 임원의 연임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31일 체육회는 대한체육회장 포함 산하 단체장이 3선 이상 연임할 경우, 별도의 심의를 받아야 했던 현행 규정의 폐지를 위해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연임 제한 폐지 추진에 대해 체육회는 체육단체의 합리적인 조직 구성과 원활한 운영, 현직 임원에 대한 피선거권 침해, 체육인들의 선거권 제약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번 안건이 4일 대의원 총회를 통과하면 체육회는 감독기관인 문체부에 정관 개정을 요청하게 된다. 문체부 승인까지 받으면 체육회, 지방체육회, 종목단체 임원들이 임기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하다.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이기흥 체육회장의 장기 집권의 길도 열리는 셈이다.
그러나 유 장관은 “체육회가 대통령실에 문체부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한다고 하는 등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해왔다. 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장을 8년 동안 했다. 정관 개정을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 승인하든 안 하든 마음대로 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두겠다”며 “정관 불승인에도 자의적으로 행동한다면 국가 예산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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