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홍보업무를 해오면서 변함없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 하나 있다. 내가 홍보하려는 대상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언론이나 대중에게 심어나가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에게 호의적인 지인들부터 설득해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를 오랫동안 알아 온 사람들이면서 호의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봤을 때 이들조차도 납득 할 수 없는 논리를 가지고 언론과 대중을 설득시키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프장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과 골프를 즐기는 지인들의 생각이 같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업무적인 접대를 위해 법인카드로 접대 골프만 치는 친구, 정말 골프가 너무 좋아 개인 사비로 골프 치는 친구, 골프장에는 한 달에 한번 갈까 말까 하지만 스크린 위주로 즐기는 친구 등 각자 골프를 대하는 방법, 태도, 모두 달랐다.
가장 먼저 오간 이야기는 역시나 골프를 즐기는 비용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라는 부분이었다.
개인 비용으로 골프를 치는 친구가 골프장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열변을 토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두 친구는 “누가 너 골프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라고 되물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존중이나 공감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누가 너 골프 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라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어가 된 신조어 ‘누칼협’의 원문이다.
예를 들면 공무원 월급이 적어서 힘들다고 토로하는 글에 “누가 공무원 하라고 협박했냐‘라고 댓글을 다는 식이다.
‘누칼협’은 우리 시대가 개인의 ‘선택’을 절대적 기준에 놓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누가 협박한 것도 아니고 당신이 선택한 것이면 그에 따르는 어려움이나 불합리함도 모두 스스로 책임지고 수용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용어가 쓰일 때 타인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보다, 타인과의 거리두기가 우선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용어들에는 ‘나는 당신에게 공감하지 않겠다. 당신을 이해해주거나 위로해주지도 않겠다’ ‘당신이 알아서 하라’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개개인의 선택과 책임만을 강조할 때 필연적으로 구성원 간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건 당신의 선택이므로 당신을 대하는 나는 ‘공감과 이해’로부터 면책된다.
뉴스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해외 골프장과 국내 골프장을 비교하면서 국내 골프장을 비난하는 글이나 댓글을 보고 왜 해외와 국내가 다른지 영토의 크기 그리고 해외 어느 나라의 골프장도 국가에서 중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골퍼들은 모르거나 알아도 외면한다. 하지만 해외의 노캐디 시스템과 값싼 그린피에 대해서는 찬양 일색이다.
그래서 국내 골프장의 중과세 문제, 골프장의 그 넓은 토지를 관리해 나가는데 있어 들어가는 비용과 어려움들에 대해 건전한 토론을 하려고 해도 ‘누칼협’이라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원천봉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누가 중과세 부과 받으면서 골프장 경영하라고 했냐?’라는 식이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끊임없이 멀어지고 거리를 두고 공감과 이해의 가능성을 제거하면서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배려조차 사라지고 있는 씁쓸한 풍경이다.
그래서 우리가 보다 건강한 사회를 이루고자 한다면 세상의 수많은 선택과 실패에 대해 관대함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살다보면 개인 혹은 집단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고 또 언젠가는 그 선택을 스스로 용서해야만 하는 순간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내가 그 누군가의 좌절에 대해 공감과 이해에 대해 칼들고 협박한 그 행위는 결국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한 번씩 그 ‘누칼협’의 칼을 휘두를 때 마다 우리는 더욱 더 공감 결여 사회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하지만 경계해야할 것은 이런 ‘누칼협’ 현상을 표면적으로만 보고 국가가 적극 개입해 ‘특정 선택을 한 사람들의 좌절’만을 옹호하게 된다면 반대편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차별이 될 수가 있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집단, 국가 할 것 없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신과 타인의 선택에 대해 관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 적정선을 붙잡고 유지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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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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