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유럽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축구 선수들은 유니폼에 자신의 성(姓)을 새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EPL)의 손흥민의 유니폼에 ‘Son’이 새겨진 것처럼. 성을 새기는 것이 규정이다.
그런데 성을 새기고 싶어도 새기지 못하는 한 선수가 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은 아니다. 자신 스스로가 성 표기를 거부했다. 왜일까? 누구일까?
그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선덜랜드 소속 미드필더 조브 벨링엄이다. 그는 선덜랜드의 핵심 미드필더. 2023년 버밍엄 시티에서 선덜랜드로 이적했고, 올 시즌 총 47경기에 나서 7골을 터뜨렸다. 나이는 겨우 18세. 주목을 받고 있는 신성이다. 그가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입는 유니폼의 뒷면. 그의 성은 벨링엄(Bellingham). 그런데 그의 유니폼에는 이름인 조브(Jobe)가 박혀 있다.
이유는 벨링엄이라는 성을 쓰면,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의 형이 이 성을 쓰고 있다. 2살 많은 그의 형.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20세라는 주드 벨링엄(Jude Bellingham)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슈퍼스타이자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이스. 올 시즌 유럽은 ‘벨링엄 신드롬’으로 들끓었다. 벨링엄이라는 성을 표시하면 누구나 형을 생각하고, 형과 비교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거부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벨링엄의 동생이 아니라 주드라는 축구 선수로 살아갈 거라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영국의 ‘기브미스포츠’는 “조브가 유니폼에 성을 쓰지 않는 이유가 있다. 조브는 형의 스타파워를 이용하는 것을 거부했다. 형의 이름에 기대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명성을 스스로 쌓겠다는 의지다. 선덜랜드는 벨링엄을 쓰지 않고 조브라는 이름을 쓰기 위해 EFL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브는 버밍엄 시티에서는 벨링엄이라는 성을 썼다. 하지만 선덜랜드 유니폼에는 성을 지웠다. 슈퍼스타 형에서 벗어나 자신의 유산을 말들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형은 라리가를 강타했고, 잉글랜드 대표팀 스타로 세계적인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조브는 벨링엄을 동생으로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는 각오다. 형의 지위를 이용하면 커리어를 발전하기 쉬웠을 텐데,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힘든 길을 가기로 한 결정은 존경할만 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토니 모브레이 전 선덜랜드 감독은 “조브는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형의 이름에 기대어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조브는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축구 선수로 받아들여 지기를 원한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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