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투수의 기분이 큰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통상적으로 투수는 예민하다. 야수들의 수비 실책이 나오면 잘 던지다가 멘탈이 흔들리기도 한다. 투수코치들은 그걸 경계한다. 설령 데미지를 받아도 절대 표정으로 티 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야수가 더 미안해지기 때문이다. 팀 케미스트리의 문제로 이어진다.
투수로선 실책으로 나간 주자는 자책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평균자책점과 무관하다. 그러나 팀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책이 더 큰 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 투수로선 자신의 투구가 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면 속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투수가 겉으로 티를 내지 않더라도, 야수들은 어쨌든 실책을 최소화해야 한다. 단단한 야구의 밑거름이다.
그런 점에서 선두 KIA 타이거즈는 악전고투한다. 6월까지 84개의 실책으로 압도적 1위다. 2023시즌에는 102개의 실책으로 리그 최소 2위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7월에 작년의 102실책을 넘어설 기세다. 역시 실책이 투수들을 부담스럽게 하고, 안 좋은 내용과 결과로 이어진 경기가 더러 있었다.
KIA 주전 야수들 중에서 유격수 박찬호 정도를 제외하면 수비력이 공격력보다 뛰어난 선수는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없다. 리그 최강의 공격력을 갖췄지만, 대부분 주축 야수가 공격력이 최대강점이다. 다른 팀보다 공수겸장 야수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KIA가 수비를 못하는 팀은 절대 아니다. 작년이나 올해나 주축 멤버가 비슷한데 작년 102실책, 최소 2위는 100% 우연이었을까. 본래 수비력이 아주 빼어나지 않은 주축 타자들이긴 하지만, 올 시즌 유독 수비에서 꼬이는 형국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수비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을 직접 본 기억도 있다.
이미 시즌 초반 박기남 수비코치와 내야수들이 함께 식사하며 의기투합한 적이 있었다. 그날 박기남 코치는 “올해 실책 할 것 다 했다”라고 했다. 선수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코멘트였다. 사실 이 시기에 선수들의 수비 훈련량을 늘리기도 어렵고, 심리적 측면이 중요한 분야이니 계속 용기를 주는 건 중요하다.
이범호 감독은 좀 더 냉정하게 바라봤다. 지난달 30일 더블헤더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이 취소된 뒤 “실책 수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투수들이 점수를 주는 상황도 많았다. 수비코치와 많이 얘기하고 있고, 선수들하고도 많이 얘기한다. 내야수들을 한번 모아서 여러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어떤 부분들에 문제가 있는지, 왜 실책이 많이 나오는지 체크하고 후반기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했다.
실책이 결국 투수들에게 부담을 짊어지게 한다고 단언했다. 이범호 감독은 “투수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수의 평균자책점이 안 올라가니 투수 기분상 큰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책으로 타순이 밀리고(후속타자가 1명 더 나온다는 의미) 중심타선에 찬스가 걸려서 점수를 주는 상황이 많았다. 어쨌든 실책을 줄여야 실점도 줄일 수 있다. 후반기를 준비하면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 역시 야수들의 심리 상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기술보다 심리적 부분이 크다. 내야수들과 미팅을 가져서, 그런 부분들을 체크하고 넘어가야 한다. 후반기에는 안정적인 내, 외야 수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중요한 건 포스트시즌이다. KIA가 올해 포스트시즌에 못 나갈 확률이 거의 없다. 가을야구서 실책 하나가 팀의 성적을 결정할 수 있는 걸 감안하면, 84개의 실책에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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