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수원 유진형 기자] 정말 영화 같은 끝내기 승리였다. 보통 끝내기 찬스가 오면 더그아웃 선수들은 물병을 들고 세리머니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날 KT 더그아웃은 조용했다. 동료들도 예상하지 못한 끝내기였다.
오늘의 주인공은 수원 유신고 출신 프로 8년 차 홍현빈이다. 그는 지난 2017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로 KT에 입단했다. 공.수.주 모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였지만 1군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9회말 결정적인 순간 이강철 감독의 선택은 홍현빈이었고 그는 날아올랐다.
28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KT가 3-4로 뒤처진 9회말 1사 1, 3루서 교체 출전한 홍현빈은 리그 최고의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했다. 홍현빈의 올 시즌 성적은 11타수 2안타, 프로 8년간 1군 통산 안타도 42안타에 불과한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경험 많은 오승환을 상대로 초구부터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다. 134km 슬라이더를 기다렸다는 듯 밀어 쳐 프로 데뷔 첫 3루타이며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쳤다. 그것도 리그 최고의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말이다. 경기 후 홍현빈은 “야구 인생을 통틀어 끝내기 안타가 처음이다. 퓨처스리그서도 쳐본 적이 없다. 중학생 때 외야 뜬공으로 끝내기를 기록했던 기억은 있는데 끝내기 안타는 처음이다”라며 웃었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던 KT 더그아웃 선수들은 깜짝 놀라며 그라운드로 뛰어갔고 홍현빈은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동료들과 얼싸안고 포효했다. 야구장은 홍현빈 이름으로 가득 찼고 이날 수원의 주인공은 홍현빈이었다.
경기 후 상기된 표정으로 수훈 인터뷰를 하던 홍현빈은 깜짝 놀랐다. 동료들이 끝내기 당시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물세례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뒤늦은 물세례였던 만큼 평범하지는 않았다. 로진 세례까지 더하며 홍원빈은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축하받았다.
1·2군을 오가며 오랜 후보 생활을 묵묵히 해왔던 홍현빈의 통산 43번째 안타는 영원히 잊지 못할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았다. 546세이브 레전드를 이겨낸 42안타 타자의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데뷔 첫 3루타이며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친 홍현빈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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