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36경기 81골. 경기 평균 2.25득점. 유로 2024 조별리그에서 나온 골 수치다. 시원한 득점을 기대한 축구팬이라면 실망할 만한 통계다. 대체적으로 저득점 경기가 많았다. ‘골 가뭄’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유로 2020 조별리그 36경기에서 나온 득점은 94였다.
조별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리는 나라는 개최국 독일이다. 독일은 3경기에서 8득점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골을 넣은 팀은 오스트리아로 6득점을 마크했다. 이어스 스위스, 포르투갈, 튀르키예가 5골을 넣었다. C조 최하위에 그친 세르비아는 1골에 그쳤다.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우승후보들은 화끈한 공격보다 탄탄한 수비망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조별리그에서 유일하게 3연승을 신고한 ‘무적함대’ 스페인은 5득점 무실점을 기록했다. 3경기 연속 클린 시트 승리를 챙겼다. 잉글랜드, 프랑스, 벨기에도 3경기에서 1실점을 적어냈다. 공격에서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견고한 수비망을 바탕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조별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점을 한 팀은 스코틀랜드로 7골을 먹었다. 이어 크로아티아와 폴란드가 6실점을 찍었다.
저득점 분위기 속에 골잡이들이 대체적으로 고전했다. 조별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선수는 조지아의 조르지 미카우타제다. 3득점을 올리며 조지아의 16강행을 이끌었다. 2골을 작렬한 선수는 5명이다. 독일의 니클라스 푈크루크와 야말 무시알라를 비롯해 네덜란드의 코디 학포, 루마니아의 라즈반 마린, 슬로바키아의 이반 슈란츠가 2득점을 마크했다. 유로 2020 득점왕에 오른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저득점 현상 속에는 ‘상향평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강호로 불리는 팀들이 대체적으로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약체로 평가 받은 팀을 압도하는 그림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우승후보와 언더독의 실력 차가 많이 준 느낌을 줬다. 조별리그 전승은 스페인만 기록했고, 3전 전패 팀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직전 대회인 유로 2020 조별리그에서는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가 3전 전승을 거뒀다. 튀르키예와 마케도니아가 3전 전패로 전력 열세를 실감했다.
유로 대회 본선에는 2012년까지 16개국이 참가했다. 유로 2016부터 24개국으로 본선 출전국이 늘어났다.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유럽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유로 대회의 하향평준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유로 2016에서는 상위권과 중하위권 팀들의 전력 차가 눈에 띌 정도였다. 하지만 유로 2020을 거쳐 이번 유로 2024에서는 그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현재 세계 축구계는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유럽뿐만 아니라 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 모든 대륙이 ‘상향평준화’를 보인다. 남미에서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과 다른 팀들의 격차가 좁혀졌고, 아시아에서도 중동의 신흥강호들과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팀들이 큰 발전을 이뤘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로 2024에 나타난 ‘골 가뭄’이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돌려서 생각해 보면 상향평준화의 단면으로 비치기도 한다. 과연, 30일 시작되는 유로 2024 토너먼트에서도 ‘골 가뭄’ 현상이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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