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에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2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파리올림픽 D-30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100년 만에 파리에서 막을 올리는 하계올림픽은 다음달 26일 개막, 8월 11일까지 펼쳐진다.
대한체육회는 구기종목 부진 속에 1976년 몬트리올 대회(50명) 이후 최소 규모인 140여명(22종목)의 선수만 파리에 파견할 예정이다. 최종 엔트리는 7월8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한국 선수단은 17종목에서 120명이 파리행 티켓을 획득했다(26일 기준).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로 16위에 오른 한국은 파리에서 양궁을 비롯해 태권도-펜싱-사격-유도-근대5종-수영-육상 높이뛰기 등에서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직전 올림픽과 비교했을 때, 금메달은 같거나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림픽에서 한국의 금메달 숫자는 계속 줄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 13개, 2016 리우올림픽 9개,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6개(종합 16위)에 만족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파리올림픽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 역사에서 도전의 무대가 될 것”이라며 “날씨와 음식, 환경, 치안 등 어려운 상황에서 대회를 치러야 한다. 지금 목표는 금메달 5개를 따내 종합순위 15위에 오르는 것이지만, 남은 한 달간 훈련을 잘 마무리한다면 그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각오와 계획을 전하던 이기흥 회장은 문체부와의 갈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지난 20일 김연경 등 전 여자 배구 국가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한체육회 중심의 시스템은 한계에 다다랐다. 예산을 직접 각 지역단체에 배부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올림픽을 앞두고 (체육계의 큰 개혁을)시작하면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올림픽을 잘 치른 뒤 우리나라 체육 정책부터 지원과 훈련 등의 전반적인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체육회 중심의 시스템의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파리올림픽 이후 확실하게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 회장은 “선수가 은퇴하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꺼낸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각 종목 단체를 문체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은 국민체육진흥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위기가 너무 다운돼서 올림픽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정도다. 다른 부서는 지원하는데 문체부가 오히려 올림픽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보도된 진천선수촌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직접 반박했다.
행사를 앞두고 “문체부가 체육회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지난해 2월 국가대표 선수촌 시설 관리용역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체육회 고위 관계자와 업체 관계자의 유착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다. 기획재정부가 제보를 받았고, 이후 문체부에 알렸다. 그리고 문체부가 직접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회장은 “경쟁업체의 투서로 불거진 문제로 정부는 3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으면 된다. 미디어데이 행사일에 언론을 통해 꺼낸 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다가올 대한체육회장 선거 개입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또 “2016년 국정농단 당시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특정 단체를 억압하던 방식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와 체육회 갈등 중심에 있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관련 공개 토론도 제안했다.
이 회장은 “문체부가 학교 체육, 엘리트 체육 시스템이 붕괴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책임이 있다. 정책 총괄 부서의 무책임한 발언이다”라며 “올림픽에 전념을 다해야 될 상황에서 절차에 따르지도 않은 방해다. 문체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 올림픽이 끝나면 장관, 차관, 국장 누구든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장을 마련하자”고 선전포고(?)와 같은 제안을 했다.
최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체육계 개혁을 언급하며 대한체육회를 겨냥한 데 이어 이번 수사 의뢰 요청으로 문체부와 체육회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와 체육회는 그동안 스위스 로잔 IOC 연락사무소 개설, 국가스포츠위원회 신설 법안 추진, 체육단체 임원 연임 규정 철폐 정관 개정 등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올림픽 이후 전면전(?)을 예고한 문체부와 체육회의 충돌을 지켜보는 한 체육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독주를 견제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품거나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올림픽 한 달 남겨놓고 문체부가 이렇게 체육회를 자극하는 것이 과연 올림픽을 치를 선수들이나 한국 체육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의문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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