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지금은 재밌고, 짜릿한 그 느낌을 위해…”
NC 다이노스 우완 셋업맨 김재열(28)은 올 시즌 확 달라졌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1경기도 못 나가고 사회인야구를 전전하던 그 김재열이 아니다. KIA 타이거즈 시절 추격조 김재열도 아니다. 2024시즌 김재열은 NC의 메인 셋업맨이다. 41경기서 1승1패10홀드 평균자책점 1.70. 2014년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이다. 급기야 감독추천으로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됐다.
김재열은 2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계속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다. 끝이 보이지 않아도, 무작정 달려온 것에 만족하면서 계속 해왔다. 수비수들이 많이 도와준 경기도 많았고, 감독님과 코치님이 믿어준 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주자가 나가도 ‘무조건 막아야 돼’, ‘무조건 이긴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강인권 감독의 지지를 받으며 보답하니 자연스럽게 느낀 게 있었다. 김재열은 “많은 이닝을 던질수록 더 심플해지려고 한다. 예전엔 ‘어떻게 이겨내야지’, ‘저렇게 이겨내야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결과적으로 공격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이 이닝은 어쨌든 내가 책임져야 하고, 도망가봤자 답이 없잖아요. 빨리빨리,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승부를 한다”라고 했다.
모든 감독이 불펜투수에게 강조하는 이유를 터득하니, 필승계투조의 삶에 자연스럽게 젖어들었다. 이젠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 NC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지만 자신도 돌아보는 삶을 산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김재열은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에 엄청 신경 써준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체크해준다. 치료도 해준다. 트레이닝 코치님에게 빌붙어서 가는 그런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 체력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없다. 코치님이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하는데, 이제 진짜 내가 좀 안 좋을 때는 ‘말해도 괜찮겠구나’라는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신뢰관계의 정착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KIA 시절엔 정말 여유가 없었다. “KIA에선 주축 역할을 해보지 않아서, 그땐 그냥 올라가면 죽어라 던졌다. 이젠 성숙해졌다. 그래도 아직 배울 게 많고 갈 길은 멀다”라고 했다. NC에서의 김재열은 확실히 단단해졌다.
기술적 변화도 있다. 주무기 포크볼은 NC에서 변형을 가했다. 두 손의 간격을 좁게 해서 스플리터로도 구사하고, 넓혀서 포크볼로도 구사한다. 경기상황, 흐름에 맞게 투구한다. 그 정도의 경험, 학습효과가 생겼다.
김재열은 “내가 포크볼의 상징이 됐잖아요. 그러다 보니 타자들도 분석을 하고 노리고 들어온다. 그래서 적절히 직구를 써보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맞을 때도 있다. 내 입장에선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바꿔보고 있다”라고 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패스트볼 피안타율(0.286)이 포크볼(0.164)과 커브(0.150), 슬라이더(0.100)보다 높다.
김재열은 “상대도 1군이니 내 분석을 할 것이고, 읽히면 안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으니 변화하려고 한다. 시도를 계속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크볼은 KIA 때 쓰던 그립을 가져왔는데 여기서 코치님이 많이 수정해줬다. 잡는 방법, 던지는 느낌 등을 체크해줘서 더 좋아졌다. 공이 많이 바뀌었다”라고 했다. 주무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이제 김재열은 커맨드와 제구에 집중한다. “커브도 원래 던져왔고, 포크볼은 아직까지 타자들에게 먹히니 많이 던진다.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공이 포크볼이니, 심리적인 보험이다. 이젠 커맨드에 더 집중한다”라고 했다.
‘홀드 몇 개를 하겠다’ 등의 목표가 없다. 자신을 목표 달성이란 틀에 가둬 스트레스를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김재열은 “그냥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낼 때의 희열, 그 순간을 위해 던진다. 그게 재밌고, 그 짜릿한 느낌을 받기 위해 던지는 것이다. 목표, 기록은, 그것에 대한 부담이나 의식을 할까봐 신경을 안 쓴다. 그냥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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