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형우가 좋은 타자다. 그냥 뭔가 꾸준함.”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21~23일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3연전 기간에 몇몇 KIA 선수를 칭찬했다. 남의 자식들을 너무 칭찬하면 한화 팬들이 속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도, 짧게 언급한 내용에 뼈가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KIA 타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에 대해 최형우라고 답하면서, 위와 같이 최형우의 꾸준함을 칭찬했다. 마운드에 양현종이 꾸준함의 대명사라면, 타선에는 최형우라고 했다. 실제 두 사람은 KIA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들이다.
김경문 감독은 어느 선수든 야구를 1~2년 잘하고 방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경험해보니 야구는 세월이 흐를수록 어렵다며, 항상 노력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그래서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공교롭게도 최형우가 김경문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이 왜 꾸준하면서도 무서운 타자인지 증명했다. 23일 더블헤더 1차전서 1-5로 뒤지던 4회초, 김도영의 20-20 가입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류현진을 상대로 백투백 솔로포를 때렸다.
류현진은 풀카운트서 7구 147km 패스트볼을 뿌렸다. 전력투구였다. 바깥쪽 보더라인으로 향하는 공을 가볍게 밀어 좌월 솔로아치를 그렸다. 최형우의 힘과 기술이 축약된 장면이었다. 최형우는 올 시즌 타율 0.299 15홈런 69타점 OPS 0.914로 펄펄 난다. 이미 통산 2루타, 타점, 루타 1위이며, 최고령 타점왕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놀라운 건 여기서부터다. 류현진은 이날 5회 나성범에게 동점 스리런포를 맞으면서 KBO리그 통산 세 번째로 1경기 3피홈런을 기록했다. 11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느라, 앞선 두 번의 기록은 2009년 7월4일 대전 KIA전, 2011년 5월14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 2011년 삼성전 3홈런 당시 류현진에게 아픔을 줬던 타자가 배영섭, 최형우, 진갑용이었다. 배영섭은 현재 삼성 1군 타격코치이며, 진갑용은 현재 KIA 수석코치다. 그리고 최형우는 현 KIA 4번타자.
최형우는 13년 전 삼성 4번타자로서 류현진에게 1경기 3피홈런 굴욕을 안긴 뒤, 13년만에 KIA 4번타자로서 류현진에게 다시 한번 1경기 3피홈런 굴욕을 선사했다. 13년 전에는 1회초 2사 후에 솔로포를 터트렸다.
물론 서로 의도한 것도 아니고, 철저한 우연이다. 최형우는 그냥 매 타석 최선을 다한 결과다. 결국 이런 기록이 발견되는 것 자체가 최형우의 꾸준함을 의미한다. 최형우는 2011년에 30홈런 118타점으로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삼성 세대교체 3인방 중 한 명으로 샛별이 된 뒤, 2010년대 시작과 함께 리그 최고타자가 됐다.
그리고 아직까지 최고 클러치히터 타이틀을 내려놓지 않으니, 김경문 감독이 말한대로 꾸준함의 대명사라고 봐도 된다. 2021~2022년에 뜻 모를 부진이 있었지만, 만 40세, 41세 시즌에 더욱 펄펄 난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중계방송에서 수 차례 “보건복지부 나이는 20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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