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순발력이 상당히 좋네요.”
18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KIA 타이거즈가 10-4로 앞선 8회초 1사 1루였다. LG 트윈스 박해민이 KIA 좌완 최지민의 초구 몸쪽으로 들어온 145km 패스트볼을 잡아당겼다. 타구가 묘했다. 2루수 박민에게 갔으나 내야 잔디와 흙의 경계선에서 확 튀었다.
타구가 순간적으로 박민의 키를 넘어가거나, 박민의 얼굴을 그대로 가격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민은 침착하게 글러브를 얼굴 높이로 갖다 대며 타구를 잡았다. 비록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고 옆으로 고개를 들린 채 포구했지만, 기민한 대처가 돋보였다.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순발력이 상당히 좋은 선수네요”라고 했다.
박민은 불과 2개월 전 이곳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4월10일 광주 LG 트윈스전이었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허리통증으로 빠지면서, 박민이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2-4로 뒤진 6회초 선두타자 신민재의 타구는 누가 봐도 3루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민이 이 타구를 쫓아가다 무릎을 경기장 구조물에 크게 찧었다. 결국 김규성으로 교체돼야 했고, 1군에서 말소됐다. 선수가 매사에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지만, 그 타구는 누가 봐도 파울이었다. 스파이더맨도 못 잡는 타구였다.
박민은 이후 퓨처스리그를 거쳐 다시 1군에 올라오는데 2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주전 2루수 김선빈이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백업으로 다시 한번 1군행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지자 공수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한다.
18일 경기 뷸규칙바운드 대처를 보듯, 박민은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유했다.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다. 타격도 작년 겨울 호주프로야구 캔버라 캐벌리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성적은 11경기서 20타수 7안타 타율 0.350 2타점 3득점 OPS 0.850.
이범호 감독은 최근 기본적으로 서건창을 주전 2루수로 쓰되 경기후반 홍종표로 교체, 수비와 주루를 강화한다. 그러나 박민에게도 분명히 기회를 줄 것이라고 예고했고, 실제 18일 광주 LG전서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충분히 제 몫을 했다.
김선빈이 없는 지금, KIA 2루는 자연스럽게 김선빈 후계자를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 홍종표는 박민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뒤 1군에 올라와서 한 번도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꾸준히 경쟁력을 어필해왔다. 공수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이며 1번 전천후 백업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박민은 홍종표부터 따라잡아야 할 입장이다.
박민과 홍종표는 물론, 2군에 있는 윤도현이나 정해원도 좋은 잠재력을 가진 내야수들이다. 공수겸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이범호 감독이 치열한 순위다툼 중에 이들에게도 동기부여를 준다면 미래까지 잡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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