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것들 중 일부는 좋은 의도에서 생겨나지.”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주인공 앨런 그랜트 박사가 쥬라기 공원에 대해 ‘좋은 의도에서 생겨난 최악의 것들’ 중 하나라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골프장 분류 체계가 개편된 지 1년 반이 지난 가운데 비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회원제 골프장 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린피를 자유롭게 책정하는 대신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던 비회원제 골프장들이 대중형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골프장 분류 체계 개편 당시 27개였던 비회원제 골프장 중 6곳이 이탈했다. 이는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에 대한 부담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국의 골프장은 코로나19 때 호황기를 맞았고 일제히 그린피를 인상했다. 하지만 높아진 요금으로 여론의 불만이 쌓였고, 결국 국회와 정부는 포퓰리즘적 골프장 분류체계 개편에 나섰다. 하지만 대한민국 골프장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세금 관련 부처와 엇박자를 낸 것은 아닌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의도는 좋았지만 심도 있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시행되었고, 결국 조세형평성 문제부터 시작해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 내놓은 정책들은 골프장의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모양새다.
2020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코스에서 9위에 올라 한국의 대표 프리미엄 골프장으로 꼽히는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에는 약 25억원의 종부세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또한 강원 원주의 한 비회원제 골프장은 지난해 종부세로만 17억원을 냈다.
다른 가치는 판단하지 않고 가격으로만 재단하는 탁상행정으로 인해 골프 이용자의 다양한 욕구와 니즈를 반영할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 자명하다. 평등과 선택의 다양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제도가 결국 불평등과 선택의 획일화를 야기 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상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골프장 분류체계 개편을 자유주의적 측면에서 시장의 논리에 따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지켜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가가 좋은 의도로 간섭하고 규제하지만 실제로 시장과 경제에 나타나는 결과는 국가의 의도와 전혀 다르다.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여기서 국회와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된 정책을 포기 또는 수정을 해야 하는데 대개의 경우 다른 간섭과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정부는 규제와 간섭을 더욱 늘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정부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사회로 간다.
특정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모호한 이야기에 매몰된 국민들. 그들은 평등을 이야기하고 그로 인해 국가는 여론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간섭을 시작한다. 다만 그 누구도 자신의 현재 소득의 삭감을 주장하지 않는다. 오늘날 정치적 언어로 사용되는 평등이란 단어는 자신의 소득을 올리는 것을 의미하지, 결코 내려서 균등하게 만드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현재 시행되는 골프장 분류체계와 형평성에 어긋난 골프장 조세제도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자신의 것은 지키려고 하면서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들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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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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